[고종관 기자의 아하, 그렇군요] 해조류는 몸에 쌓인 '녹'제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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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오래 사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 항산화설이 있다. 쉽게 표현해 인체가 녹이 슬어 기능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인체가 쇠도 아닌데 왜 부식된다는 것일까.

모든 물질은 원자와 분자로 구성된다. 그리고 각 원자와 분자 주위에는 전자가 궤도를 그리며 돌고 있다. 가장 안정된 상태는 전자가 두 개일 때다. 마치 두 아이를 가진 행복한 부부의 형태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그렇듯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활성산소라는 도둑이 나타나 전자를 빼앗아간다. 행복한 가정은 일순간에 망가진다. 파괴된 가정은 이재민으로 남는다. 활성산소가 세포를 손상시키고 변형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산화작용이라고 한다. 실제 인체가 녹스는 것이다. 현대인의 질병 중 약 90%가 활성산소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암.동맥경화.당뇨병은 물론 뇌졸중.심근경색증.간염.신장염.아토피 피부염 등이 활성산소의 영향권에 있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활성산소는 불완전 연소된 산소다. 체내에서 사용하고 남은 것으로, 전자를 잃어버려 항상 불안하다. 남의 자식이라도 뺏어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이런 못된 버릇 때문에 유해산소로도 부른다.

늙고 병들지 않으려면 두 가지의 행동강령이 필요하다.

하나는 활성산소가 많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활성산소는 과격한 운동으로 호흡량이 많아졌을 때 증가한다. 스트레스.환경오염.과식.고지방식 등도 활성산소를 많이 만들어내는 환경이다. 체내에 이런 환경을 만들지 않는 것이 1차 예방수칙이다.

또 다른 하나는 체내에서 발생한 활성산소를 없애거나 줄여주는 것이다.

우리 몸 속에는 원래 녹방지(항산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통풍의 원인인 요산, 황달을 일으키는 빌리루빈과 같은 물질도 있지만 무엇보다 도움이 되는 것은 녹방지 효소 3인방이다. 구체적인 이름을 거명하면 수퍼 옥사이드 디스무타제(SOD), 카타라제(CAT), 그리고 글루타치온 펄옥시다제(GPX)다. 원숭이. 고릴라. 침팬지. 사람 등 영장류의 수명과 SOD의 활성도를 비교한 결과 이들 효소의 활성이 높은 동물일수록 수명이 길었고, 그중에서도 사람의 SOD 활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효소가 노화와 질병을 예방하는 믿음직한 아군인 것이다. 항산화물질은 자신의 전자를 내줌으로써 활성산소의 포악함을 달랜다.

문제는 세 가지 효소가 40세를 지날 무렵 차츰 그 활성을 잃어간다는 점이다.

효소의 힘을 유지하고 높이기 위한 포인트는 두 가지다. 우선 아미노산이 풍부한 단백질을 꼭 먹자. 그러려면 평소 고기. 달걀 등을 알맞게 먹어야 한다. 양질의 단백질은 항산화 효소뿐 아니라 모든 효소의 원료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미네랄이다. 효소는 미네랄의 도움으로 활성화된다.

SOD는 동.아연.망간을 좋아한다. 모든 종류의 금속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식품은 해조류다. 동.아연 그리고 망간도 예외는 아니다. 동은 톳.생굴.꼴뚜기.코코아에, 아연은 김 등 홍조류와 생굴.현미.콩가루에, 망간은 파래 등 녹조류와 녹차 잎.오롱차 잎.소맥 배아 등에 많다.

효소 CAT는 철이 파트너다. CAT는 SOD를 보조한다. 이 효소의 활성을 높이려면 철분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파래나 톳은 철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또 목이버섯. 말린 대합. 바지락. 참깨 등도 철이 풍부한 식품이다.

GPX을 활성화시키는 데는 셀레늄이 활약한다. 셀레늄을 비교적 많이 함유한 식품은 정어리과 등푸른 생선. 분홍새우. 성게알. 명란젓(대구알). 소맥배아.곡물 등이다. 해조류에도 역시 들어 있다.

노화와 질병은 필연적이지만 이를 지연시키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하루 30가지 이상 식품을 골고루 먹는 습관을 몸에 붙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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