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빼놨다 이식… 치아은행 '개업'

중앙일보

입력

사랑니 등 멀쩡한 치아를 어쩔 수 없이 뽑았다면 버리지 않는 게 좋겠다. 냉동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이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히로시마대는 치아은행을 최근 설립했다. 사랑니 또는 치열 교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건강한 치아를 뽑았을 경우 치아 은행에 보관해뒀다 언제든지 다시 이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뽑은 치아를 그 즉시 본인에게 이식했을 뿐 냉동보관했다가 사용하는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었다. 장기간 보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치아를 뽑아 놔두면 치조골과 치아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치근막이 소실되거나 발치할 때 치근막이 상한다. 또 냉동기술이 부족해 냉동할 때 세포가 파괴되기도 한다.

히로시마대 연구진은 쥐 실험에서 치근막 재생과 초저온 냉동 기술을 확보했다. 치근막이 상한 치아의 경우 일종의 콜라겐을 발라 배양하면 2~3주 만에 치근막이 재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섭씨 영하 152도로 냉동 보관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치아에 자기장을 가하면서 며칠 동안 온도를 낮추면 섭씨 영하 152도로 온도를 낮출 수 있으며, 이럴 경우 치아에 있는 세포가 파괴되지도 않는다. 치아 보존은 수십 년간이기 때문에 사고로 치아를 다쳤거나 빠졌을 경우 자신의 치아를 이식할 수 있다.

히로시마 치아은행에는 수십 개의 치아가 냉동보관되어 있다. 올 가을께에는 냉동 치아를 처음 이식하는 환자가 나올 것으로 히로시마대는 예상했다.

자신의 치아를 이식하면 원래의 치아와 별 차이가 없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히로시마대 단네 교수는 "치아의 내부에는 자극을 전달하는 센서의 역할을 하는 세포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치아인지 아닌지를 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임플란트 등 의치와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각 병원에서는 사랑니를 뽑아 상한 어금니 대신 즉시 이식하는 것이 보편화해 있다. 연세대 치과병원의 이승종 교수팀의 경우 1997년부터 사랑니를 어금니에 이식한 500건을 최근 분석한 결과 95%가 자신의 치아와 같은 느낌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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