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중계동에 아파트 1채씩···보유세 1148만원→3543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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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됐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0% 가까이 급등하면서 수도권 고가 아파트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매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정하는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의 보유세를 매길 때 기준이 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시세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기준을 적용해 공시가격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0.2%로 지난해 69.0%에서 1.2%P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아파트값이 크게 뛰면서 공시가격은 현실화율 조정폭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다주택자의 부담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의 경우 오는 6월부터 3주택자 이상(조정대상지역은 2주택자 이상)의 종부세가 기존 0.6~3.2%에서 1.2~6.0%로 상향 조정된다. 국토부가 공개한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변화를 예상한 결과를 보면 강남구 D단지(전용면적 76㎡)와 E단지(114㎡)를 함께 보유한 2주택자의 경우 보유세 부담이 141.9%(500만원 → 1209만원) 증가한다.

2021년 공시지가안에 따른 보유세 시뮬레이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1년 공시지가안에 따른 보유세 시뮬레이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앙일보가 세무그룹 온세의 양경섭 세무사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서울 지역 주요 아파트를 소유한 다주택자의 보유세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는데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84.97㎡)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84.43㎡)를 보유한 강남 2주택자는 보유세가 120.8%(5323만원 → 1억1754만원) 뛴다. 이 분석은 아파트 소유자가 만 60세 미만이며, 지난해 1월 1일 아파트를 취득한 것으로 가정했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강남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강북 지역 다주택자는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84.89㎡)와 중계동 청구 3차 아파트(84.77㎡)를 보유한 다주택자는 보유세가 1148만원에서 3543만원으로 3배 가까이 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도 부담이 늘긴 마찬가지다. 1가구 1주택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국 기준 3.7%인 52만 4620가구로 집계됐다. 1가구 1주택 종부세 대상 주택은 2019년 21만 8124가구에서 지난해 30만 9361가구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또 급증했다. 서울의 경우 전체의 16%인 41만 3000가구에 이르렀다.

양경섭 세무사에 따르면 서울 강북지역 대표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84.89㎡)의 경우 공시가격이 지난해 대비 약 14% 상승(12억 3480만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보유세는 247만원에서 376만원으로 52%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 보유세 부담이 1억원 넘는 단지도 적지 않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내 최고가 공동주택(공시가격 163억  2000만원)에 등극한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407.71㎡)의 경우 보유세가 무려 4억 953만원으로 추정됐다.

서울 자치구별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서울 자치구별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 소유자의 재산세 부담도 많이 증가한다. 올해 서울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높게 상승한 지역은 노원구로 지난해 대비 상승률은 34.66%다. 노원구의 지난해 매매가격지수(월간 기준) 상승률은 4.7%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서 가장 높았다. 노원구 중계동의 청구 3차 아파트(84.77㎡)의 지난해 말 시세(KB부동산)는 12억 4500만원이었다. 현실화율을 적용해 추산한 이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지난해 대비 47.6%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5억 8500만원이던 공시가격은 8억 6316만원으로 껑충 뛴다. 재산세도 77만원에서 101만원으로 30%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면서 부동산 시장에 급매물이 나올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공시가격 발표로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라며 "매도냐 보유냐 결정의 갈림길에서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5월 말까지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 안에 집을 내놓을 다주택자의 선택에 따라 시장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양도세 기본세율은 6~45%로, 조정대상 지역에서 2주택자는 여기에 10%P, 3주택자 이상은 20%P를 가산한다. 그러나 올해 6월부터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최고세율이 기존 55~65%(지방소득세 미포함)에서 65~75%로 오르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유세 폭탄은 이미 예견된 일이기 때문에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진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양도세 중과 유예가 두 달밖에 남지 않아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아도 쉽게 팔 수 없는 상황"이라며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확산하면서 2·4 공급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가운데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 실수요자들이 청약보다 매매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합수 위원은 "양도세 중과 유예를 통해 다주택자가 퇴로를 확보할 수 있게 해야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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