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여자 전화번호 딸 수 있겠냐"…이 말에 같은 몽골인 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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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뉴스1]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뉴스1]

“너희가 저 여자 전화번호를 얻을 수 있겠냐”라는 같은 국적 행인의 말에 화가 나 그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몽골인들에 대해 법원이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23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이현우)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몽골인 A(21)씨와 B(22)씨에 대해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소재 한 편의점 앞에서 몽골 국적인 피해자 C씨를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등과 C씨는 당시 처음 본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지나가던 여성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려고 하던 중 옆 테이블에 있던 C씨로부터 “너희가 저 여자 전화번호를 얻을 수 있겠냐”라는 말을 듣자 격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C씨는 A씨 등의 폭행으로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씨 등은 재판에서 “당시 술에 만취한 상태였다”며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거 조사를 거친 뒤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 등에 대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해 결국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중한 결과에 이르게 했다”며 “유족들은 평생 치유될 수 없는 큰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범행이 우발적으로 일어났고, 피해자에게도 범행 발생 또는 피해 확대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 등이 유족과 합의한 점도 양형에 고려됐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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