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 코스피에 경고장 보낸 기재부 차관 "위험요인 주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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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회복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위험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끓어오르는 증시를 겨냥해서다.

김 차관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금융위원회ㆍ한국은행ㆍ금융감독원ㆍ국제금융센터 관계자가 참석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사진 오른쪽 두 번째) 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사진 오른쪽 두 번째) 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의를 주재하며 김 차관은 “새해 들어서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종가 기준) 3000 돌파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한국 경제와 기업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6일 코스피는 장중 3027.16을 찍었다. 코스피 출범 38년 만에 첫 장중 3000 돌파다. 7일 역시 코스피는 3000을 뚫고 시작했다. 오전 11시 32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69.30포인트(2.3%) 오른 3030.47에 거래 중이다.

김 차관은 “금융시장의 안정적 상승세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성공과 실물경제의 회복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금년도 코로나19 회복이 가시화될 경우 글로벌 소비 증가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 조정을 앞당길 수 있다고 전망하는 등 향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위험 요인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중 3000고지 넘은 코스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장중 3000고지 넘은 코스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가장 큰 힘은 풍부한 유동성이다. 코로나19 대응 용도로 미국ㆍ유럽 등 주요국이 앞다퉈 ‘무제한 돈 풀기’에 나선 덕분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정부는 유례없는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며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다.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끌어올리며 사상 첫 ‘제로(0) 금리’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 돈은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실물 경제에 스며들지 않았다. 대신 부동산으로, 증시로 흘러들었다. 코스피 3000시대 뒤에 자리한 큰 그림자다.

실물 경기가 뒷받침되지 않은 탓에 시장의 불안정성도 커졌다. 김 차관은 “글로벌 금융시장은 백신 접종 기대,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그간 상승세를 지속했으나 미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미 경기 부양책, 조세, 금융 규제 등 향후 주요 정책 방향이 영향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미ㆍ중 갈등, 미ㆍ이란 간 핵 합의 복원 등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 관계 변화, 정책 수단이 제한된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 등 여러 잠재적 불안 요인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관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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