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대들보 반도체, 올해 설비투자 20%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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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 반도체 업계가 역대 최대 규모의 설비투자에 나선다. 올해 반도체 수출은 역대 두 번째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경제 활동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89억 달러, 내년 197억 달러 #D램 19%, 낸드 34% 수요 증가 예상 #수퍼사이클 맞아 공격적 선제투자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반도체 시장 동향 및 2021년 전망’ 자료를 5일 내놨다. 올해 국내 반도체 설비투자는 189억 달러로 지난해(157억 달러)보다 20.4% 늘어날 것으로 산업부는 예상했다. 반면 중국 반도체 설비투자는 지난해보다 7.2%, 대만은 7.1%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이 눈에 띄게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체로는 올해 설비투자가 4.1% 증가할 것으로 산업부는 내다봤다.

한국반도체설비투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반도체설비투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조익노 산업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은 “2019년 중국·대만에 빼앗긴 글로벌 설비투자 1위 자리를 2년 만에 탈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내년 국내 반도체 설비투자는 197억 달러로 올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위탁생산)·낸드(메모리 반도체 종류) 장비의 투자 규모를 늘린다”며 “중국 SMIC는 미국 정부의 제재 영향, 칭화유니는 재무 위기로 (설비투자를) 줄인다”고 말했다.

KOTRA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D램의 수요는 전년보다 19%, 낸드플래시는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펼쳐질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을 앞두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공격적으로 선제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3.2%를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3% 성장을 전망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은 올해 성장률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의 하나다.

한은은 올해 수출이 5.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수출의 15~20%는 반도체가 차지한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반도체 수출이 102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5.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30% 증가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는 15개 주력 수출품 중 11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세를 기록했다.

다만 첨단산업인 반도체의 특성에 따라 설비투자가 증가한 만큼 고용이 많이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는 공장을 짓는 데 조 단위를 투입하는 대규모 장치산업이지만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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