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살…물리학 덕분에 얼굴 펴고 산다

중앙일보

입력

조건에 따라 잔주름이 생길지, 굵은 주름이 생길지를 예견하는 이론이 나왔다. 의학자나 생물학자가 아니라 물리학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마하데반 교수 연구팀에 의해서다.

사람의 피부에 생기는 주름이든,사과가 오래돼 마를 때 생기는 주름이든 원인은 같다. 안쪽은 줄어드는 데 겉은 그대로이면 주름이 생긴다. 같은 겉넓이로 작은 면적을 감싸려니 어딘가 접히는 곳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과의 경우는 수분이 빠지며 과육은 오그라드는 반면 겉껍질은 줄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쪼글쪼글해진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피부 안쪽의 섬유질이나 액체 성분이 감소해 결국 주름이 진다.

사람은 또 근육이 피부를 잡아당기는 것 때문에 주름이 생기기도 한다. 얇은 비닐 같은 것의 양끝을 잡아당기면 가운데 당기는 방향으로 주름이 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눈가에 생기는 주름이 이렇게 근육 때문에 생기는 대표적인 예다. 보톡스 주사는 근육을 마비시켜 당기지 못하게 해서 주름을 없애 준다.

마하데반 교수 등은 내피가 오그라들려는 힘, 외피가 주름이 지지 않으려 버티는 강도, 그리고 근육에 의한 것 등 주변에서 작용하는 힘들이 균형을 이루는 조건을 계산해 이로부터 주름의 모양과 굵기를 예측했다.

주름 모델의 예상치와 비교한 것은 오래 돼 쪼그라든 사과와 손등의 살을 다른 손으로 슬쩍 꼬집었을 때 생기는 주름의 모양이었다. 모델은 사과의 경우 주름 간격이 약 1.5㎜, 손등은 2.5㎜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실험 결과와도 맞아 떨어졌다.

나이가 들어 생기는 주름은 얼굴 부위마다 근육이 미치는 힘이 다르다는 어려움 등이 있어 아직 그 굵기까지는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아주대 의대 강원형(피부과학) 교수는 "지금은 보톡스 주사를 주름 부위에 0.5㎝ 간격으로 촘촘히 놓고 있다"며 "이번 연구가 발전하면 근육이 마비되는 정도에 따라 주름이 얼마나 펴질지도 알 수 있어 보톡스 사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