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천국' 일본에 부는 금연열풍

중앙일보

입력

일본은 흡연에 꽤 관대한 나라다. 택시를 타도 담배를 피울 수 있고, 밀폐된 공간에서도 흡연장소가 별도로 마련돼 있는 경우가 많다.

담배 꽁초를 도로에 버려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미국에 비하면 '흡연천국'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일본에서도 서서히 금연바람이 불고 있다.

도쿄(東京) 중심에 있는 히비야(日比谷)구는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노상흡연을 금지하는 조례를 만들어 10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전자상가지역인 아키하바라(秋葉原), 고서점 지역인 간다(神田), 야스쿠니(靖國)도로 전역 등 7개 지역이 금연구역에 포함된다.

노상 재떨이가 모두 철거되고, 구청직원들이 감시활동을 벌인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꽁초를 버리다가 적발되면 최고 2만엔(약 2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상습범은 관보에 이름과 주소가 실려 망신당한다.

금연택시도 등장했다. 금연택시 운전사는 승객이 타기 전에 "금연인데 괜찮겠느냐"고 묻는다. 금연운동에 대한 호응은 높은 편이다. 히비야 구청의 조례안에 주민 93%가 찬성했다.

금연운동의 실효성은 아직 의문이다. 담배 자판기라는 결정적 장벽 때문이다. 일본 도처엔 담배자판기가 널려 있어 언제든 손쉽게 담배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규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세수(稅收).관련업계의 이해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돈을 따지는 경제논리를 앞세우는 한 금연운동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