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 백신업체, 임상 승인 전 간부들에 주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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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약집단(시노팜) 계열 중국생물기술집단(CNBG)에서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약집단(시노팜) 계열 중국생물기술집단(CNBG)에서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중국의약집단(시노팜)과 계열사가 당국의 임상시험 승인이 나기 전 사내 경영진을 상대로 백신을 시험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SCMP는 "제약회사 직원을 상대로 약품 테스트를 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것으로 간주되지만 중국에서는 고귀한 희생으로 여겨진다"며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영 제약회사 시노팜과 자회사 중국생물기술집단(CNBG)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승인이 나기 전인 지난 3월 고위 임원 등 180명에게 백신 시험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류징전 시노팜 회장이자 중국 공산당 당서기, CNBG 회장 양샤오밍, 부회장 장윤타오도 이 명단에 속해있다. 류 회장은 지난 8월 시점을 밝히지는 않고 "백신을 직접 맞아봤는데 안전하다"며 연내 백신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사전 시험을 회사 차원에서 압박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CNBG 장 부회장은 "자원한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장 부회장은 "우리 백신에 매우 자신감이 있었고 샘플이 필요했기에 모범을 보이고자 우리 몸에 직접 시험을 했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그는 "경영진 테스트를 통해 백신의 항체 형성 수준을 확인했다"며 "내 팔에서 피를 수십번 뽑아 팔이 파랗게 변할 정도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페루에서 시노팜이 개발한 백신을 임상 시험 중인 모습. [EPA=연합뉴스]

페루에서 시노팜이 개발한 백신을 임상 시험 중인 모습. [EPA=연합뉴스]

SCMP에 따르면 중국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 시험 중인 백신은 4개, 이 중 3개의 백신이 시노팜 계열 제약사 제품이다.

시노팜 류 회장은 지난 8월 중국 공산당 기관지 광명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3상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인 백신을 올 연말 출시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예상 가격과 생산 가능한 백신 규모도 공개했다.

이 백신은 4㎍(마이크로그램)씩 두 차례 접종하는데, 항체 생성은 첫 접종 후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진행되다 보름 정도 뒤 97%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업체 측의 주장이다.

다만 장 부회장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임상이 끝난다고 백신 개발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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