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신문 전면 거부” 밝힌 정경심, 법정서 쓰러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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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모펀드 의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 도중 건강에 이상을 호소하다 쓰러져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사모펀드 의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 도중 건강에 이상을 호소하다 쓰러져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법정에서 쓰러졌다.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시작될 때부터 미간을 찌푸렸다.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서두에 정 교수의 건강 악화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정 교수가 아침부터 몸이 안좋다고 하신다. 지금 구역질이 나고 아프다고 하신다”며 퇴정 혹은 불출석 재판을 요구했다. 임정엽 재판장은 잠시 휴정한 뒤 “(불출석 재판의) 원칙은 소명자료가 필요하지만 법정에서 관찰해보니 피고인의 몸 상태가 좋지 않으신 것 같다”며 정 교수의 불출석을 허가했다.

“구역질 난다” 불출석 재판 요구 #재판장 허락 후 갑자기 다리 풀려 #조국도 정경심도 진술거부권 #“피고인·증인 동시 거부 이례적”

그 말을 들은 정 교수는 피고인석에서 일어나려다가 다리가 풀린듯 바닥에 쓰러졌다. 방청석에서 “어머어머”라는 말이 나왔고, 법정 경위는 바로 119를 불렀다. 재판장은 “모두 나가달라”며 법정을 수습했다. 119 구급대원에 의해 법정에서 병원으로 옮겨지던 정 교수는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시냐”는 구급대원의 질문에 작게 “네”라고 답했다.

정 교수는 지난 15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허위 인턴증명서 작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묵비권을 행사, 증언을 거부했었다. 정 교수 재판은 매주 열리는데 이번 주 법정 출석은 두 번째였다.

이날 정 교수의 변호인단은 10월로 예정된 정 교수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신문은 선고를 앞두고 검사와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직접 질문을 하는 사실상 마지막 재판 절차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정 교수가) 진술을 했고 수많은 증거가 제출된 상태”라며 “피고인 신문에서 전면적인 진술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공동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은 당시 검사의 모든 질문에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습니다”라는 답변만을 내놨다. 총 303회 형소법 148조를 언급했다.

이에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 신문을 할 수 있다”며 강행 입장을 밝혔다.

담당 재판부는 증인 신문과 피고인 신문은 다르다며 제3의 방식을 제안했다. 임 재판장은 “피고인이 검찰 조사 때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피고인 신문 때도 그와 동일한 답변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동의한다면 피고인 신문 대신 검찰의 질문에 변호인이 변론하는 방식으로 하자고 제의했다. 증인과 달리 피고인에 대해선 대법원 규칙상 “진술을 강요해선 안된다”는 조항도 들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피고인 신문은 증인신문과 달리 위증죄 처벌 조항이 없고 피고인은 증인보다 폭넓은 진술거부권을 인정받는 측면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고인 신문 때 변호인이 대신 대답하게 하자는 제안이 상당히 이례적인 것은 맞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이 재판장의 제안을 거부하면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처럼 검사의 모든 질문에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답을 해야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검찰에게 피고인 신문 권한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 교수 피고인 신문에 ‘6시간’을 요청한 상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피고인과 증인 신분인 부부가 동시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라며 “특히 방어권을 적극 행사해야 할 피고인이 진술을 안하겠다는 자체가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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