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이젠 국제음식… '기무치' 눌러 수출우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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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총회에서 국제식품 규격으로 승인된 김치는 우리 전통식품도 세계적 식품으로 발전.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김치를 국제식품 규격으로 인정받기 위해 1995년부터 Codex를 통해 회원국의 여론 수렴과 분과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등 절차를 밟아왔다.

62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설립한 Codex는 식품교역을 촉진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적용되는 식품규격을 제정하는 국제기구로 현재 회원국이 한국을 비롯해 1백65개국인 권위 있는 기관이다.

그동안 한국은 김치의 원조국가임에도 유사제품을 만들어온 일본과 국제규격 인정을 받기 위한 경쟁을 벌여왔다.

농림부는 한국의 '김치' 는 절임배추에 여러가지 양념류를 혼합해 젖산 발효에 의해 만든 식품인데 비해 일본의 '기무치' 는 단순한 겉절이 식품에 불과하다고 강조해왔다.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열린 Codex 가공건채류 분과위원회에서 일본이 한국 김치의 표준채택에 강력 반발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논란 끝에 한국 안이 채택돼 이번 총회에 상정된 것이다.

일본이 반발한 것은 Codex의 식품인증이 국제표준기구(ISO)인증처럼 농수산가공식품 분야에서 국제 유통의 기준이 되므로 한국 김치가 국제표준규격으로 인정받으면 일본 기무치는 물론 다른 국가에서 김치와 비슷한 상품을 수출할 때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이번에 총회에서 통과된 김치의 규격은 제품의 정의를 '절임배추에 고춧가루.마늘.생강.파.무 등 여러가지 양념을 혼합한 뒤 젖산 생성에 의해 적절한 숙성과 보존성이 확보되도록 포장 전후에 저온에서 발효된 제품' 으로 사실상 한국 고유의 특성을 살린 것이다.

이밖에도 ▶고추에서 유래된 붉은 색을 띠고▶맵고 짠 맛을 지녀야 하며▶적당히 단단하고 아삭아삭하게 씹는 맛이 있어야 한다는 등 한국 전래의 모양과 맛이 그대로 적용되며 젖산의 함량을 전체 시료의 1% 이하(중량 기준)로 정해 젖산 발효제품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절임류와 차별화된 자연적인 젖산 발효식품으로서의 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됨에 따라 현재 전체 농산물 수출의 5%(1억달러)를 차지하는 김치 관련 제품의 수출도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김치수출업체들도 두산이 '종가집 김치' 제품에 ISO 9001 품질인증을 획득하는 등 김치 품질의 규격화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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