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수락연설 꿈꾸는 트럼프, 펠로시 "안 돼"…바이든은 결국 집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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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싶다고 말한 백악관 사우스론(South Lawn).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 헬기를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싶다고 말한 백악관 사우스론(South Lawn).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 헬기를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일정이 단단히 꼬였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달 말 위스콘신주 밀워키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각각 개최 예정인 전당대회를 대폭 축소하거나 온라인 진행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민주·공화 전당대회 일정 변경·축소 #트럼프 "백악관서 후보 수락 연설 원해" #"국가 자산을 개인이 정치적 이용" 비판 #바이든은 밀워키행 취소, 자택 수락연설

가장 주목받는 일정인 양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 장소는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 장소로 지목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곳에 사는 현직 대통령이더라도 국가 자산인 백악관을 개인의 정치적 행위를 위해 사용하는 게 적법하냐는 논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후보 수락 연설에 대해 "우리는 그것을 백악관에서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백악관이 좋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이라면서 "한번 움직이면 경호 등 비용이 많이 드는데,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백악관은 단연 비용이 가장 덜 들고 안전한 장소"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계획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사우스론(South Lawn)에서 수락 연설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후보 수락 연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후보 수락 연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정치 행사를 의회에서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치 행사를 백악관에서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연방 자산과 관련돼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직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에서 수락 연설을 한다면 정부 자산과 정치를 분리해 온 수십 년간의 규범을 깨는 것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백악관 직원들이 수락 연설 행사에 동원될 경우 연방 예산으로 공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의 정치활동을 제한한 해치법(Hatch Act)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치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포기하고 다른 역사적 상징을 가진 장소를 선택할 수도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캠프가 백악관 이외에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게티즈버그 연설을 한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나 1776년 미국의 독립을 알리기 위해 쳤던 종인 '자유의 종'이 있는 필라델피아 등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보건당국 권고에 따라 밀워키 행을 포기하고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에서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도 모두 밀워키 행을 취소했다.

민주당은 17~20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전체 일정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공화당은 24~27일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대선후보 선출 투표와 공식 지명을 위한 대규모 전당대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플로리다주가 집중 발병지역이 되자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소규모로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대선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는 통상 전·현직 대통령과 당원, 지지자, 언론 등 5000명 넘게 모이는 대규모 행사로 진행됐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후보 선출과 수락 연설이 화상으로 진행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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