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휴대폰 압수 취소, 증거 통째로 날아간 것"…檢 고심

중앙일보

입력

법원이 26일 채널A 이동재(35) 전 기자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 처분을 취소하자, 법조계에서는 “사법부가 이례적으로 기소 전 단계에서부터 검찰의 수사 절차를 문제 삼은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검찰은 이 전 기자 측에 휴대전화 등을 돌려준다면 수사의 핵심 증거가 사라지게 돼,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

이동재 “영장 보여달라” 했지만 거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채널A 이모 기자. 뉴스1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채널A 이모 기자. 뉴스1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지난 5월 14일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채널A 관계자를 만나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 1대 등을 제출받았다. 이 전 기자 측은 중앙일보에 “당시 휴대전화의 원 소유자인 이 전 기자는 현장에 없었으며, 압수수색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전 기자는 서울중앙지검 포렌식 절차에 참여하면서 압수수색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수사팀에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수사팀은 영장 내용의 일부만 구두로 읽어줬다고 한다. 이에 이 전 기자는 압수수색이 위법하게 이루어졌다며 준항고를 제기했다. 준항고는 판사ㆍ검사ㆍ사법경찰관의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제기하는 절차다.

법원 “영장 내용 충분히 안 보여주는 건 위법”

법원은 수사팀이 호텔에서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압수한 처분, 그리고 포렌식 과정에서 영장 내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처분 모두 위법하다고 봤다. 법원은 결정문에 ‘사실상 피의자가 현장에서 압수수색 영장 제시를 요구하였음에도 수사기관이 충분히 제시 없이 물건을 압수해간 것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적었다.

이는 지난 4월 대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는 건 위법’이라며 첫 판례를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피의자 신분인 김모씨가 ‘검찰 수사관이 압수수색 영장 표지만 보여주고 내용은 보여주지 않았다’며 법원에 준항고를 신청해 대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인 사건이다.

“수사 핵심 증거 날아간 셈”

법조계는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수사팀이 확보한 핵심 증거가 사라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대법원은 영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채 위법하게 압수한 물품은 당사자에게 돌려줘야 하고, 위법한 증거가 된다고 했다. 재판에서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 의미다. 채널A 수사팀 역시 이 전 기자에게 휴대폰과 노트북을 돌려줘야 한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이 이 전 기자의 휴대폰과 노트북을 압수하기 전 상태로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다”며 “검찰이 법원 처분에 불복해서 받아들여지거나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해 다시 확보하지 않는 이상, 길게는 재판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이 전 기자 측이 구속 처분에 대해서도 다시 판단해달라며 구속적부심까지도 신청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의견을 냈다. 그는 “이 전 기자가 광범위한 증거인멸을 했다는 게 구속사유의 하나였는데, 그 전제가 된 노트북과 휴대폰 압수가 잘못됐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며 “구속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불복이냐, 영장 재청구냐…수사팀 고심

서울중앙지검은 법원의 재항고 결정에 불복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일단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이 전 기자에게 돌려준 뒤,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법도 이론적으론 가능하다. 다만 부천지청장 출신 이완규 변호사는 “법원에서 절차 위반이 맞다고 한 이상 불복해봐야 의미가 없고, 영장을 재청구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며 “위법수집증거는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통째로 날아갈 정도의 큰 사안인데 검찰에서 조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기자 측은 “위법을 저질러놓고 압수수색이 취소되면 그때 가서 하자를 보완한다는 것 자체가 수사 편의적인 발상”이라며 “불복과 재청구 여부를 검토한답시고 위법 압수 물품을 계속 잡고 있는 것도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속적부심 신청도 고려하고 있으나, 우선은 압수 물품을 돌려받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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