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급속 확산 실태]

중앙일보

입력

비만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문옥륜(文玉綸)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비만으로 인해 국민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자 비만자는 연평균 3.3%포인트씩 늘어나 남자(2.5%포인트) 보다 확산이 빠르다. '비만 왕국' 인 미국도 비만자 비율이 25%포인트 증가하는 데 30년이나 걸렸다.

비만 인구의 증가는 소득 수준의 향상, 식생활 습관의 빠른 서구화 경향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40, 50대 중.장년층의 비만자가 평균 44%여서 가장 많았다. 20, 30대(22%) 청년층의 두배나 됐다.

교육 수준에 따라서는 학력이 높을수록 비만자 비율이 낮았다. 초등학교 졸업자의 비만자 비율(50%) 은 대졸자의 두배에 달했다.

이채로운 것은 담배를 끊은 사람의 비만자 비율이 40%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비흡연자(33%) .흡연자의 순이었다.

◇ 비만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나〓조사에서 비만자의 60% 가량이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요통 등 비만 관련 질환을 하나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강 체중자의 비만 관련 질환 보유율 38%(남) .25%(여) 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특히 비만한 남녀는 절반이 고혈압 우려 환자인 데 비해 건강 체중 남성은 30%, 여성은 17%에 그쳤다.

文교수는 "체질량지수(BMI) 26 이상이면 고혈압.이상지혈증의 발병 위험이 정상 체중자의 세배 이상, 통풍.만성 심장질환.당뇨병.골관절염 발병 위험은 두세배이고, 뇌졸중.우울증.요통의 위험도도 약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 말했다.

하지만 체중조절이 필요한 비만 남성의 54%, 비만 여성의 42%가 운동 등 아무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암학회가 1959~72년 미국 성인 남녀 75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BMI가 25를 넘어서면 남녀 모두에서 BMI의 증가에 비례해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 비만의 사회적 비용〓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1조17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비만 관련 질병으로 인한 총 진료비(직접 비용) 와 조기사망.입원 등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간접 비용) 을 합한 것으로 국민 의료비의 약 5%에 해당한다.

◇ 비만 판정법〓비만의 판정 기준은 기관.국가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다. 미국은 남자의 경우 BMI 27.8 이상, 여자는 27.3 이상을 비만으로 판정한다.

그러나 대한비만학회는 한국인의 복부 비만이 서구인보다 심하므로 수치를 낮게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복부 비만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과거 10년간은 허리-엉덩이 둘레 비율이 복부 비만을 판정하는 중요한 지표였다. 허리-엉덩이 둘레 비율이 남자 1.0 이상, 여자 0.85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판정한 것. 그러나 최근에는 허리둘레 자체가 엉덩이와의 둘레 비율보다 복부 비만과 연관성이 더 크다는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이종호 교수는 "98년 삼성제일병원 여성건강증진센터를 찾은 1백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허리둘레가 복강 내 지방량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지표로 꼽혔다" 고 설명했다.

국제 비만 전문가 그룹인 IOTF는 질병발생 위험을 줄이려면 남성의 허리둘레가 90㎝를 넘어서는 곤란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성인 남성 5명 중 1명이 이를 초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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