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송현동 땅 2000억 매입? 서울시 "금액 말한 적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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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연합뉴스

서울시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종로구 송현동 땅을 헐값에 사들이려 한다는 의혹과 관련해 “매입 금액을 제안한 적 없다”고 밝혔다.

박원순 “규정 있어 ‘헐값’ 매입 못해” #감정가가 공시지가보다 높은 구조

송현동 땅은 3만6642㎡ 규모로 대한항공이 지난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였다. 대한항공은 이 땅에 호텔을 지으려 했지만 중부교육청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서울시는 이 땅을 사들여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일부에서 시장 가격이 5000억~6000억원에 달하는 땅을 서울시가 2000억원에 매입하려고 한다는 의혹이 일자 서울시는 29일 “대한항공 측에 구체적 매입 금액을 제안한 사실이 없으며 공정한 감정평가로 적정 가격에 매입할 계획을 전달했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예산 편성을 위한 사전 절차를 추진하고 있으며 아직 부지 매입비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중앙일보에 “(대한항공에) 전혀 금액을 얘기한 적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며 “법에 따라 부지를 수용해 공원화할 수 있는데 매입가 책정에 대한 규정이 있어 헐값으로 매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불법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며 (헐값 의혹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토지보상법은 보상액을 산정할 때 공익사업에 따른 토지의 가격 변동은 고려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매입가격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는 공원화 결정 이전의 토지 가치를 평가해 이뤄진다”면서 “감정가가 현재 공시지가 이하로 내려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땅의 공시지가는 2019년 기준 3100억원 정도다.

공원화 추진 이유에 대해선 “궁궐 옆, 저층 주거지라는 입지 등을 고려해 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시민 설문에서도 그렇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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