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폐업앞둔 의료계 왕따현상으로 몸살

중앙일보

입력

의료계가 전면폐업을 앞두고 파업에 동조하지 않는 의사들을 집단따돌림시키는 등 이른바 `왕따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파업 하루전인 19일 현재 의약분업 선시행 후보완을 주장하며 분업시행의 원만한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인의협의 처사를 비난하는 글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또 인의협의 입장은 전체 의료계의 주장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며 탈퇴를 선언하는 회원도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1천2백여명의 전국 회원의사들로 구성된 인의협 집행부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회원은 "당신네들을 제외한 모든 의사들이 (의약분업안에 대해) 반대하고 시범사업에서 국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등 의약분업안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도 의사들을 저능아 취급하는 보건복지부에 동조하는 것을 보고 같은 의사로서 불쾌하고 한편으로 불쌍하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회원은 정중히 인의협을 탈퇴한다면서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약물오남용이 해결될 수 있겠느냐"고 물아세우고 "어떤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의약분업에 참여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의협은 더러운 집단이 가장 깨끗한 이름으로 활동하는 집단"이라는 욕설에 가까운 글도 올라왔다.

거의 대부분의 의사들이 폐업에 참여하는 상황이 빚어짐에 따라 인의협은 의사협회의 집단폐업에 대한 전체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일단 집행부에 참여하는 의사만은 적어도 폐업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내부의견을 정리하는 등 폐업사태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런 처지다.

이런 일은 전공의가 파업에 들어가고 교수마저 이에 적극 동참한다고 선언한 의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S대 의대 학생회 인터넷 게시판에는 의약분업안에 반발해 수업거부나 분업시행 보류를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면 `복지부동파´니, `무임승차자´니 하며 벼랑끝으로 내모는 글이 많이 떠있다.

이에 대해 한 학생은 "학내에 의약분업에 대한 감정적인 동조가 만연한 상황에서 어떤 이유에서 반대하는지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채 수업거부나 집회에 들어간다면 아예 모르고 무관심한 것만큼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토론문화의 활성화를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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