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과 국가정보원 고위간부 출신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벌인 페이스북 설전이 화제다.
김 의원은 지난 28일 올린 글에서 태 당선인을 겨냥해 “정부기관이 가지고 있지 않은 김정은 신변에 관한 의미있는 정보가 있습니까”라며 “만약 있으면 연락 주세요. 어떻게 획득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일생을 정보기관에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제 발언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드리겠다”고 했다.
그런 뒤 김 의원은 “그리고 나서 저는 국정원과 통일부, 군ㆍ경의 북한정보파트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이다. 태 당선인 한 명보다 못한 능력이라면, 그리고 태 당선인이 그 첩보를 어디서 획득했는지 알지도 못하는 조직은 없애버리고 태 당선인에게 그 예산을 다 드려야겠지요”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글 끝부분에 “내가 태 당선인을 믿지 않는 것은 정치 때문이 아니라 근거도 없이 혼란을 가중시키는 언행 때문”이라며 “몇 년 전까지 우리의 적을 위해 헌신했던 사실을 잊지 마시고 더욱 겸손하고 언행에 신중하면 어떨까요”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글은 같은 날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의 글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었다.
태 당선인은 “‘정보가 있으면 스파이다’‘알면 얼마나 안다고’ 운운하며 저를 비방하는 일부 정치인과 관련자의 행태를 접하면서 ‘이런 것이 정치인가’라는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이 먼저 쓴 '스파이'란 표현에 발끈한 것이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많은 분이 ‘태XX가 그러는데…’(라고 하면) ‘그분이 무슨 정보가 있을 수 있어요. 있으면 스파이지요’(라고 답한다)”며 “아무리 그럴듯해도 (정보) 출처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상’이지 ‘판단’이 아니다”라고 했다.
4.15 총선 직후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계속되면서 태 당선인은 언론의 집중 조명과 동시에 여권의 견제를 받는 모양새다.
태 당선인은 지난 28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5일 김 위원장이 태양절 행사에 불참한 사실을 언급하며 “신체적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의 실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부인(리설주)이나 여동생(김여정), 혹은 최측근 보좌진일 것”이라면서도 “김정은이 정말 수술을 받았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혼자선 일어서거나 잘 걸을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75)은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태 당선인은 영국에서 공사를 했는데, 대사 밑에 공사지만 그건 무슨 권력의 측근도 아니다"라며 "(탈북 전)10년씩이나 영국에 있으면서 김정은을 만난 적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북의 고위 공직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일정한 공신력을 얻고 있는 태 당선인은 껄끄러운 상대"라며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 여부에 따라 많은 관측성 발언을 던진 태 당선인의 국회 내 위상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이 태 당선인을 겨냥해 "적을 위해 헌신"이라고 표현한 데에는 비판이 이어졌다. 서울 동작갑에 출마했던 장진영 통합당 후보는 "김 의원은 그 적과 철도 연결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꼬집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