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해두창집요´란 어떤 책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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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견된 언해두창집요는 내의원에서 간행한 초판본이다.

내의원은 조선시대 왕의 약을 짓던 곳으로 선조41년(1608년)부터 광해군 7년(1615년)사이에는 내의원안에 별도로 국을 설치하고 허준을 비롯한 의관들이 의서를 편찬.교정.감수해 목활자로 간행했다.

이 시기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끝난 직후로 전국에 각종 질병이 창궐했다.
이 때 간행된 책이 잘 알려진 동의보감(東醫寶鑑.1613년 완성)을 비롯해 언해구급방(諺解救急方.1607).언해두창집요(諺解痘瘡集要.1608).언해태산집요(諺解胎産集要.1608)벽역신방(□疫新方.1613) 등이다.

이중 언해두창집요는 천연두의 원인과 예방법, 증후, 해독법 등을 다룬 책이다.

세조때 임원준(任元濬)이 편찬한 창진집(瘡疹集)과 각종 중국 의서를 참조해 허준이 주관해 편찬했다.

허준은 임진왜란 직전인 1590년 선조의 왕자가 두창에 걸렸을 때 약을 써 낫게했고 임란후인 1601년에 다시 왕자와 왕녀가 두창에 걸렸을 때도 이를 치료한 경험이 있었다.

1603년 두창이 창궐해 왕자와 왕녀를 포함한 많은 어린이들이 죽게되자 이 책의 간행을 서둘러 1608년 내의원에서 간행됐다.
언해두창집요는 후대에 원본의 내용을 다시 새겨 찍어낸 번각본들이 이화여대.한독의학박물관 등에 남아있다.
따라서 그 내용은 알려져왔으나 번각본인 탓에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번에 발굴된 것은 초판본으로 인쇄상태가 완벽하고, 책 뒷부분의 발문(跋文) 한장이 빠져 붓글씨로 채워놓았을 뿐 보존상태도 매우 좋다.

국내 의학서 발굴은 매우 귀한 편. 허준이 왕명을 받아 편찬한 의학서 중 내의원 활자로 찍은 동의보감.벽역신방.신찬벽온방.언해태산집요 등 의학서 4종의 초판본은 모두 보물(제1085~1088호)로 지정돼 있다.
따라서 이번에 발굴된 언해두창집요 초판본도 충분히 보물급 문화재로 지정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발굴한 강순애 교수는 13일 대진대에서 열리는 서지학회 정기학술발표회에서 이를 공식 보고할 예정이다.

한편 강교수는 분명치 않았던 허준의 출생연도와 관련해 "임진왜란이 끝난 뒤인 1604년(선조37년) 선조를 모시고 의주로 피난했던 공신들의 계회모임을 그린 태평회맹도(太平會盟圖.보물688호)에 허준이 기해생(己亥生)으로 적혀있어 허준의 출생연도는 지금까지 알려져온 1546(명종1년)이 아니라 중종34년(1539)년으로 보아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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