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부 “최강욱이 공개한 녹취록 요지, 원본과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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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채널A 기자 녹취록 요지’. [페이스북 캡처]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채널A 기자 녹취록 요지’. [페이스북 캡처]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2번)가 ‘채널A 기자와 거물 재소자의 진술 조건부 수사 선처 논의를 한 의혹을 받는 현직 검사장간의 녹취록의 요지’라며 공개한 내용은 거짓이라는 지적이 MBC 내부에서 나왔다.

‘유시민에게 돈 주었다고 말하라 #사실 아니라도 좋다’는 대목 없어 #“이철 사기 눈감은 MBC 보도 문제 #조국 미화 때도 왜 저러나 했다”

이보경 MBC 뉴스데이터팀 국장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채널A의 56쪽 녹취록을 다 읽었다. 1조원대 금융사기범 이철 쪽 지모씨와 채널A 기자(간 대화) 녹취록”이라며 “거기엔 최강욱이 ‘사실 아니어도 좋다’ 운운했다는 대목은 아예 없다”고 썼다. 이어 “또 다른 녹취록이 있을 리 없겠죠”라며 “오래 된 최구라(거짓)의 향기가...”라고 적었다.

이는 최 후보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올린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글을 문제삼은 것이다.

MBC 이보경 뉴스데이터팀 국장이 14일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MBC 이보경 뉴스데이터팀 국장이 14일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MBC는 지난달 31일 채널A 이모 기자가 신라젠 전 대주주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 코리아 대표 쪽 대리인 지모(55)씨와 접촉해 협박성 취재를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여권 인사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비리를 알려주면 이철씨 가족으로까지 수사가 번지는 것을 막아주겠다는 취지로 회유, 압박했고 현직 검사장의 개입 의혹을 시사하는 녹취록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에 올린 최 후보의 글엔 “이 대표(※이철씨 지칭)님,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주었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다” “눈 딱 감고 유시민에게 돈을 건네 줬다고 한마디만 해라. 그 다음은 우리가 준비한 시나리오 대로 하시면 된다” 등의 표현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지난 9일 공개된 녹취록 전문에는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씨가 문제의 녹취록을 MBC에 제보하기 이전, 황희석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8번, 전 법무부 인권국장)에게도 보냈는데 이를 입수한 최 후보가 요지를 자의적으로 해석,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미 최 후보가 올린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 지난 9일 YTN에 출연한 지씨는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는 등의 내용이 녹취록에 있느냐’는 질문에 “아무튼 이런 거였다. 유(시민) 작가의 강의료 준 거라도 줘라, 그러면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다라는 느낌이었다”라고 답했다.

이보경 국장이 해당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1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MBC에서 검사장 유착 보도를 첫날과 이튿날 연달아 보도한 직후 보도 부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도 의견을 냈다”며 “이철 전 대표가 금융사기로 1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는 언급도 없이 회사 창립식 등 화려한 영상만 보여준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국면이 시작될 때부터 조국 일가의 거짓말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무턱대고 미화할 수 없음에도 MBC가 그러지 않아 왜 저러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다른 언론과의 통화에서 “녹취록을 다 읽어 보면 너무 황당한 ‘허무 개그’이자, 서로 불신하는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에 불과하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뭔가 ‘잽’을 하나 날리려는 의욕이 너무 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MBC 보도제작부장, 뉴미디어뉴스부장 등을 거쳐 지난 2월 MBC 대표이사 공모에 여성으로선 유일하게 응모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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