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과 불면, 죽음의 언급…. 어른뿐 아니라 어린 아이들도 이른바 '재난 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아이들도 비켜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육아정책연구소·한국발달심리학회는 영유아 가정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난 극복 심리방역 매뉴얼을 공동 보급한다고 14일 밝혔다.
아이들이 받는 '코로나 스트레스'는 크게 4가지 특징으로 요약된다. ▶일상의 변화가 어른보다 더 큰 스트레스이고 ▶말보다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표현하며 ▶부모 반응을 통해 재난 상황 이해하지만 ▶ 스트레스를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말하지 않는 것이다.
우선 마스크 착용이나 어린이집·유치원 휴원처럼 급격한 일상 변화를 아이들은 쉽게 알아차린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반복적이고 일관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삶이 달라지면 어른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언어 표현은 제한적이다. 속마음을 말로 다 드러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말'보다는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표현하곤 한다. 재난 상황을 목격한 뒤 평소와 크게 달라진 행동이 나타나는 식이다.
예를 들면 식습관 변화, 수면 어려움, 야뇨증, 악몽, 아기짓 같은 퇴행적 행동, 짜증·공격성 증가, 파괴적 놀이, 죽음 언급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들은 코로나19처럼 낯설고 새로운 존재를 만났을 때 부모 반응을 보고 이해하려 한다. 엄마와 아빠가 불안해하는 걸 옆에서 본 아이들도 똑같이 겁을 먹고 불안해 한다는 의미다. 특히 재난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재난 상황 자체보다 부모의 비난, 강압적 양육 방식 등이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은 부모가 걱정하는 걸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큰일을 겪어도 이를 말하지 않거나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곤 한다. 코로나19 유행 같은 재난적 상황에선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일이 생긴다는 의미다. 다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말하지 않다보니 가슴 속에 쌓일 수 있다.
육아연과 학회는 부모들이 아이의 '코로나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심리방역을 잘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내 집에만 있더라도 생활 리듬을 지키려면 낮밤이 바뀌지 않아야 한다. 식사와 놀이, 취침 등 하루 일과를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재난 이미지는 안 보여주는 게 좋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너 때문이야"나 "네가 잘못해서 그래" 같은 강압적 표현과 비난도 삼가야 한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