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안에 생명체 합성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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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체의 기본이 되는 DNA(디옥시리보 핵산)의 길다란 가닥들을 조립하는 데 미국연구팀이 성공함으로써 앞으로 10년안에 생명체의 인공합성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라고 BBC방송이 27일 보도했다.

BBC방송은 미국 텍사스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의 글렌 에번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개발한 이 DNA조립 기술이 새로운 박테리아를 합성해 내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첫 단계라고 지적하고 인공합성된 미생물은 의학뿐 아니라 산업, 환경 분야에서 매우 귀중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번스 박사는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러한 미생물의 합성이 가능해지면 어느날엔가는 약물을 생산하는 미생물을 만들어 이를 환자에게 ´감염´시킴으로써 환자의 병을 고치고 환자가 회복되면 항생제 투입으로 이 합성미생물을 죽이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번스 박사는 이 방법은 현재 과학자들이 개발에 노력을 쏟고있는 첨단 치료방법보다 이로운 점이 많다고 밝히고, 예를 들어 유전자요법은 바이러스를 유전물질의 운반수단으로 이용하는 복잡한 방법을 쓰고 있지만 합성 미생물을 투입하는 것은 매우 안전하고 또 제거하기도 아주 쉽다고 지적했다.

에번스 박사의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미생물이 세포분열에 앞서 자신의 유전물질을 복제하는 과정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생명체는 적합한 조건과 생명형성 기본물질인 4개의 뉴클레오타이드 염기 즉 아데닌, 사이토닌, 구아닌, 티민이 주어지면 폴리머라제라고 불리는 중합(重合)효소가 원형줄기에서 DNA가닥들을 구축한다.

그러나 무(無)에서 생명의 원형줄기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유용한 유전자배열이 이루어진 길다란 DNA가닥들을 구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에번스 박사의 연구팀은 로보트식 기술을 이용, DNA사슬(鎖)을 연결하여 길다란 가닥으로 배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에번스 박사는 이렇게 해서 1만개의 염기쌍까지 DNA를 합성해냈지만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에 유전암호를 주입하려면 10만-15만개의 염기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릴랜드주에 있는 생명공학회사인 셀러라 게노믹사의 과학자들은 기초적인 생명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는 250-350개라고 말하고 있다.

에번스 박사는 아주 작은 미생물에는 우리가 아직 그 기능을 모르는 유전자들이 있지만 이에 관한 지식은 의외로 빨리 습득하게 될 것이며 결국에는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방법이 찾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의 생각은 합성게놈을 지닌 인공염색체를 만들어 내는데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미생물의 막(膜)을 비워내고 이를 대신 투입한다는 것이다. (브뤼셀=연합뉴스)

이종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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