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필드 진 활동 폭 넓혀야 한다"|월드컵 본선 앞둔 한국 축구 문제 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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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회택 (이회택)감독이 천명한 한국축구의 90이탈리아 월드컵 본선 8강 목표는 과연 성취될까.
한국대표팀은 앞으로 7개월의 시간을 새로운 도약의 훈련기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86년 멕시코대회 때 『태권도축구를 한다』는 국제축구계 일각의 혹평을 되풀이해 들을 수는 없다. 대표팀 안팎의 축구인 8명이 「한국대표팀의 과제」를 진단했다.
▲최은학 한양대교수 (전 대표팀감독)=현 대표팀의 가장 큰 취약점은 미드필드진의 기능부족이다. 미드필드 진은 말 그대로 공·수 교량으로서 공격에선 속공을, 수비에선 상대공격차단 기능을 맡아야 하는데 현재의 미드필드 진은 윙플레이어 출신들이어서 이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있다.
이회택 감독이 의도하는 4-4-2전법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려면 미드필드진의 기능에 적응할 수 있는 게임감각을 가진 새로운 미드필드 진 구성을 권하고싶다.
또 개인기보다는 팀 플레이 훈련에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세트플레이의 패턴을 다양화시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김호 현대감독=대표팀이 주로 구사하는 맨투맨수비전형을 개선했으면 한다. 지역수비를 가미한 절충형의 탄력 있는 운용이 필요하다.
공격에서는 2-1 패스를 더 많이 구사, 공간 활용을 꾀해야 될 것이다. 그러나 너무 눈앞의 성과에 집착 말기를 바란다. 5년, 10년을 내다보면서 착실한 기술개발을 해나가야 한다. 대표팀의 변모는 곧 한국축구계 전체의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
▲이차만 코치=본선은 예선과는 현격한 수준차이가 나기 때문에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4-3-3 포메이션을 쓴 우리는 대인방어에 강했으나 체력 소모가 컸다. 이를 보완하자는 것이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4-4-2 포메이션인데 여기엔 조직력이 관건이나 미숙하다.
수비의 경우 1차적으로 스트라이커들이 상대공격수를 적극적으로 막아주고 미드필더들이 이를 커버, 수비수들이 라인을 정비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주어야하나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역습 당할 경우 미드필더나 양윙이 뒤를 받쳐 상대의 공격을 지연시키는 커버플레이가 약하다.
또 공격의 경우 현재 우리공격수의 기량이 아시아무대에서는 정상급이지만 본선에서는 개인기부족으로 1대1의 대결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콤비네이션플레이를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 올리지 않고는 아무 것도 기대하지 못할 것이다.
▲허정무 코치=본선에서도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것은 체력과 정신력이라 생각되므로 특히 이에 중점을 두고 훈련에 임해야 할 것이다. 두 번 째 과제는 팀웍 강화다.
▲조광래 대우트레이너=내년 로마 월드컵축구는 멕시코대회와는 달리 골러시를 이룰게 분명하다. 멕시코는 고산지대인 탓으로 미드필드진의 공격참여도가 낮아 전체적인 득점수가 적었으나 이탈리아는 평지인데다 기후 또한 쾌적해 훨씬 더 격렬하고 스피디한 공격적 축구를 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축구는 무엇보다 현재의 수비대형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게 바람직스럽다. 한국이 대 사우디 전에서 수비벽이 쉽게 허물어진 것은 수비수의 위치선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비수 4명을 골문 깊숙히 포진시킨다고 월드컵에서 만나게될 강호들의 슈팅세례를 피할 수는 없다는 게 멕시코대회 때의 경험이다.
서구 팀들의 공격 시스팀이 투톱 또는 원톱임이 증명하듯 미드필드의 주도권에 따라 승패가 갈라지는 것을 고려, 한국도 수비수를 3명으로 고정시키고 미드필드진의 숫자를 늘리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만 속공플레이도 가능해진다. 네덜란드가 유럽 컵에서 우승할 당시 미드필드 진이 무려 6명이나 됐었다.
▲최순호 선수=이번 예선에서도 나타났듯이 공·수의 연결고리인 미드필더들의 활동 폭이 너무 좁고 지나치게 공격위주다.
현대축구의 흐름은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실점을 최소화하고 정확한 역습으로 득점을 올리는 것이 보편화 되어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격수들의 적극적인·수비가담은 물론 미드필더들의 정확한 배구 (배구)와 넓은 시야가 필수적이다.
아직까지 우리의 미드필더들은 배구나 수비력, 경기의 리듬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 이점이 집중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예선에서 중국이 가장 조직력과 기동력을 갖춘 팀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미드필더들이 자기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기 때문이다.
▲정용환 선수=본선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려면 상대보다 한발 더 뛰는 기동성 있는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이 같은 근성 있는 플레이가 나오기 위해서는 선수 각자가 강인한 정신력을 갖추어야한다.
특히 수비는 수비수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공격수들이, 수비에 소홀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수비력이 강하다는 것은 공격에 가담했던 선수들이 볼을 빼앗겼을 때 적극적으로 상대 공격수 외 역습을 차단하는 것이 요체다.
▲김?역 선수=체력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번 예선전 네 번 째 경기부터 체력의 저하가 나타났다. 체력의 뒤 방침은 축구의 기본이다. 동계훈련을 통해 충분한 체력을 길러 본선에 대비하는 것이 급선무다.(정리=임병태· 전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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