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도 안중근 의사 연구 활발|일본에 이어 연구회 결성…의거 80돌 기념 대규모 학술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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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국에서 안중근 의사 연구회를 결성, 의거기념행사에 한국 측 대표를 초청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고 나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3월말 중국의 대학교수·외교연구가 등 지식인 수십 명이 모여 북경에서 결성한 안중근 의사 연구회는 그 첫 행사로 안 의사 의거 80주년을 맞는 26일 북경과 장춘에서 기념식에 이은 대규모 학술대회를 열기로 하고 이 달 초 한국 측 대표의 참석을 요청하는 비공식전문을 보내왔다.
안중근 의사 숭모회(회장 이문욱)는 중국 안중근 의사 연구회의 초청을 받아들여 25일 동회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안춘생씨(독립기념관장)·최서면씨(국제한국문화연구원장)·황수영씨(전 동국대총장)등 3명을 개인 자격으로 급거 북경에 파견했다.
중국에서 안중근 의사의 의거와 관련, 공개 리에 기념행사를 갖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며 비공식적이기는 하나 한국대표가 의거현장인 중국으로 가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도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측 대표 3명은 26일 오전 9시30분에 열리는 기념식을 마친 뒤 28일까지 3일 동안 계속되는 안 의사 의거기념 국제학술세미나에도 참석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는 안중근 의사와 중국을 주제로 한 중국인학자 3명의 논문발표에 이어 한국의 최서면씨가「안중근의 동양평화론」에 관한 강연을 하게될 것으로 알려졌다.
북경으로 떠나기에 앞서 최서면씨는『중국인들은 안 의사의 의거가 단순히 한국의 독립만이 아니라 동양전체의 평화를 수호하려는 숭고한 희생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6년 전 안 의사 연구회를 결성해 활동을 펴오고 있는 일본에 이어 중국에서도 같은 이름과 목적을 가진 학술단체가 만들어진 만큼 앞으로 보다 폭넓은 연구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정작 안 의사의 조국인 한국에 변변한 연구회 하나 없다는 것이 부끄럽고 마음에 걸린다』고 아쉬워했다.
현재 우리 나라에는 사단법인 안 의사 숭모회와 기념관은 있으나 안 의사의 생애 및 그의 의거가 미친 정치적·역사적 의미 등을 정리·연구할 단체나 기관은 없다.
일본에서는 이미 지난 83년 가노(녹야탁견)변호사, 나카노(중야태웅)교수 등 지식인들이 동경도 내에 안중근 의사 연구회를 결성, 안 의사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아울러 안 의사 위패 봉안, 전묵비 건립, 전기발간, 추도식거행, 안 의사 재판에 대한 재심청구 등의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중국에서도 신해혁명당시 진화단이란 연극단체가『안중근, 이등을 쏘다』란 연극을 상연, 폭발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고, 그후로도 안중근 의사의 전기물이 3종이나 발간돼 국민들 사이에 널리 읽히는 등 안 의사에 대한 관심과 추모의 열이 고조돼가고 있는 만큼 이번 안 의사 연구회 결성은 한국의 독립 및 동양평화란 대의에 바탕을 둔 안중근 의사의 고귀한 사상과 의거의 의미를 전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 의사 숭모회는 26일 오전 10시 서울과학교육원(남산 안 의사 기념관 앞)에서 안 의사 의거 80주년기념식을 갖고 신용하박사의 기념강연과 영화상영을 갖는다.<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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