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딸이 사시 수석|서울법대출신 이선애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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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말 얼떨떨해요. 수석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무엇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뒷받침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려요.』
노점상의 딸로 사시사상 세 번째 여자수석을 차지한 이선애양(23·서울 신림10동)의 밝게 웃는 모습에선 지난날의 불우했던 자취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양이 일곱 살 적에 아버지가 사업의 실패로 가출해버리자 어머니 유필순씨(45)는 월7만원의 사글세방을 얻어 보따리행상을 시작해야만 했다.『하루 라면 1개씩만 먹고 산 날도 많아 선애가 영양실조로 탈모증까지 걸렸다….』 딸의 손을 꼭 붙잡으며 어머니 유씨는 말끝을 잇지 못했다.
가난에 절망한 유씨가 동반자살까지 하려 할 때도『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며 만류한 것도 이양이었다.
유씨는 이양가족의 딱한 처지를 알게된 한 경찰관의 소개로 이양의 새 아버지인 황일주씨 (58)와 80년 재혼, 남편과 함께 남대문시장 대도백화점 앞에서 의류노점상을 열었다.
올해 2월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이양은 계성여중·숭의여고 시절 줄곧 수석을 놓치지 않았으며 학생회장을 맡았었다.
이양은『이 사회에서 해야할 일이 많아 법조인이 되려했다』면서『공명정대하고 양심 있는 법의파수꾼이 되고 싶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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