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로 800명 넘게 죽었는데 이제야 중국 가는 WH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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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 [AP=연합뉴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중국 내 사망자가 9일 오전 8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으로 조사팀을 파견한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 WHO 사무총장이 이끄는 신종 코로나 국제조사팀이 빠르면 10일 또는 11일 중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뒤늦은 조사팀 파견으로 WHO의 ‘늑장 대응’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WHO, 10일이나 11일 중국으로 조사팀 파견 #퇴출 위기 사무총장 "낚시 기사와 음모론이 문제"

게브레예수 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WHO의 신종 코로나 관련 팀이 10일 혹은 11일에 중국으로 향하며, 나머지 전문가들이 뒤따라 간다고 밝혔다. 그는 팀의 이름 등 구체적 내용은 아직 밝히지 않겠다면서 “준비가 되는 대로 (관련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게브레예수 총장은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신종 코로나로 인한 세계적 위기를 “낚시 기사(trolls)와 음모론(conspiracy theories)” 탓으로 돌렸다. 그는 “사람들은 스스로와 다른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정확한 정보에 접근해야 한다”면서 새롭게 출현한 바이러스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해결에 앞장서는 이들의 의욕을 꺾고, 일반 대중에게 혼동과 공포를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WHO에서 우리는 바이러스와 싸울 뿐만 아니라 우리의 대처를 방해하는 낚시 기사와 음모이론과도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군부와 제약회사가 신종 코로나를 일부러 퍼트린 것이라는 등 가짜 뉴스의 폐해가 불거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신종 코로나 확산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던 WHO 사무총장의 이번 발언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엉뚱한 곳에 책임을 돌리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로 이날 WHO는 현재 중국에서의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안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른 내놨다. 마이크 라이언 긴급대응팀장은 지난 나흘 동안 발원지인 허베이성의 새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바이러스 통제 조처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뉴스”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 상대적으로 차분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중국 내 사망자는 9일 현재 811명으로 지난달 11일 첫 사망자가 나온 이래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2003년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 사망자 수(744명)를 뛰어넘었다.

인터넷에서는 신종 코로나 사태 대응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게브레예수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 7일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한국시간으로 9일 오후 1시 현재 34만 3000여명이 서명했다.

2017년 WHO 사무총장 선거에서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게브레예수 총장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여러 차례 중국을 두둔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신종 코로나가 전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던 지난 3일 WHO 이사회에서 그는 “WHO는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중국의 능력을 강력하게 믿는다”며 중국에 대한 여행과 교역을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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