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이 아예 쳐다도 안 본다" ···23번 환자 갔던 명동의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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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모습. 이병준 기자

8일 오후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모습. 이병준 기자

23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지나간 서울 명동이 '상권 타격'을 호소하고 있다.

8일 오후 3시 무렵 찾아간 롯데백화점 본점 문은 닫혀 있었고 내부는 불이 꺼져 어둑했다. 돌아가지 않는 회전문 옆으로는 롯데쇼핑 측의 임시 휴점 안내문이 붙었다. 지하 1층 매장도 전부 셔터가 내려가 닫혔고, 오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23번째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지난 2일 롯데백화점 본점을 들른 사실이 확인되자 롯데쇼핑 측은 7일 오후 매장을 전면 폐쇄하고 3일간 임시 휴점에 들어갔다. 모든 출입구가 봉쇄되며 손님은 물론 직원들의 출입도 금지됐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관계자도 “확진자가 면세점에는 오지 않았지만 매장이 롯데백화점 본점과 같은 건물이라 함께 휴점한다”고 밝혔다.

백화점 건물과 연결된 롯데호텔 서울은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없어 운영을 계속했다. 롯데호텔은 지난달 말부터 열화상 카메라와 체온 측정기를 든 직원들을 출입구 곳곳에 배치해 손님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체온이 37.5도(평균 체온) 이상인 경우 호텔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3번째 확진자가 투숙한 프레지던트 호텔도 7일부터 16일까지 휴업에 들어갔다.

8일 오후 명동 거리. 이병준 기자

8일 오후 명동 거리. 이병준 기자

명동 상인들 "손님 눈에 띄게 줄어"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거쳐 갔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명동 상인들은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노점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최모(57)씨는 "길거리에 사람이 엄청 줄고, 손님은 더 줄었다. 특히 (관광객들이) 음식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며 "장사가 아예 안된다. 어쩔 수 없이 나오고 있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옷가게를 하는 이장호(45)씨도 "(23번째 확진자 관련) 소식을 들었다. 사흘쯤 전부터 명동을 찾는 사람들이 확실히 줄었다"면서 "다만 옷가게라 타격은 덜하다. 음식 장사하는 상인들이 힘들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명동 거리를 찾은 일본 관광객 A(27)는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이 근처를 다녀간 지 전혀 몰랐다. 혹시 미리 알았으면 안 왔을 것 같다"고 불안감을 표했다. 아들·남편과 함께 여행을 온 말레이시아 관광객 아나 나즈라(35)도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은 몰랐다. 아이가 걸릴까봐 많이 걱정되고 두렵다"고 말했다.

반대되는 반응도 있었다. 일본에서 온 유지 타카하타(38)는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가 (명동을) 다녀갔다는 건 몰랐다"면서도 "마스크도 했기 때문에 심각하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국적의 23번째 환자는 지난달 23일 관광을 목적으로 중국 우한에서 서울로 입국했다. 지난 2일 오후 12시15분쯤부터 오후 1시19분까지 롯데백화점 본점에 들러 쇼핑을 했다. 3일부터 신종코로나 증상을 보이며 6일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조치됐다.

이병준·석경민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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