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원 넘보는 삼성전자…지금 사도 될까?

중앙일보

입력

직장인 김영진(가명·37) 씨는 삼성전자 주가가 최고가를 썼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속이 쓰리다. 그는 지난해 2월 4만6000원대인 삼성전자 주식을 900만원어치 샀다가 11월 5만3200원일 때 모두 팔았다. 오를 대로 올랐다고 판단해서다. 그런데 지금은 6만원을 넘보고 있다. 김씨는 "주가가 이렇게 올라갈 줄 몰랐다"며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놓고 김씨처럼 고민에 빠진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5만8600원까지 올라 1975년 상장 이후 45년 만의 최고가를 기록한 데 이어 10일 5만9500원으로 올라섰다. 장중엔 5만9700원까지 치솟았다. 장중·종가 기준 모두 최고가를 하루 만에 갈아치운 거다. 외국인이 이달에만 삼성전자 주식을 6000억원(순매수) 넘게 쓸어담았다. 주가 전망도 나쁘지 않은데, 지금이라도 투자해도 되는 걸까?

치솟는 삼성전자 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치솟는 삼성전자 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증권사 목표가 평균치 6만8000원 

지난 8일 이후 삼성전자 분석 리포트를 낸 증권사 15곳의 목표 주가 평균치는 6만8000원 정도다. 현재 주가보다 14.3% 높다. 가장 높게 써낸 증권사는 NH투자증권으로 목표가를 7만4000원으로 잡았다. 가장 낮은 목표가를 제시한 하나금융투자의 목표 주가 6만3000원도 지금보다 6%가량 높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상승 여력이 아직 충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 주식을 사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근거는 바닥을 찍은 실적이다. 지난 8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7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 기대치(6조5000억원)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의 1.4배인 39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간 부진했던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조짐을 보여서다. 올해는 세계 각국이 5세대(5G) 이동통신 보급을 본격화한다.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가 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D램(DRAM) 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 전망에 힘을 싣는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월 말 서버 D램 가격은 한 달 전보다 1%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매달 1%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올라가는 삼성전자 목표 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올라가는 삼성전자 목표 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가가 아직 비싸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예상 실적을 근거해 계산한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2배로, 10~20배 수준인 글로벌 IT 경쟁사와 비교해 가격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PER은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주가 대비 기업의 순이익이 많으면 PER은 낮으며, 이는 주가가 싸다는 걸 뜻한다.

과도한 낙관론 경계해야 

그렇다고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은 삼성전자가 2월에 선보일 차기 폴더블폰이 어떻게 나올지가 중요하다"며 "상반기에 미국·중국 등 글로벌 5G폰 시장 경쟁이 치열할 텐데 갤럭시S 시리즈가 우위에 서느냐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 리스크(위험)도 부담 요인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갑작스러운 변수가 생길 경우 매물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만큼 과도한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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