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은화의 생활건축

살고 싶은 고덕강일 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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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은화 기자 중앙일보 기자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이런 아파트가 있다면 어떨까. 평면 타입이 26가지다. 내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집을 고를 수 있다. 전망이 좋은 고층형 타워도 있고, 마당이 있는 저층형, 스튜디오가 있거나 세대를 분리할 수 있는 복층형도 있다. 집마다 향도 다양하고 테라스 크기도 다르다. 모두 똑같아서 동·호수로만 집을 구분해야 했던 것과 다르다.

이런 아파트가 실제로 지어진다. 서울의 마지막 공공택지의 마지막 물량, 고덕강일지구 10블록(사진)의 모습이다. SH공사는 최근 현상설계 공모 결과 대림산업·미래와가치·시아플랜건축사무소·전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고덕강일지구 총 14개 블록 중 1·5·10블록의 민간 분양 방식은 남달랐다. 가격 입찰이 아니라 설계 공모전에 당선돼야 땅을 분양받을 수 있다. 건설사는 최상의 팀을 꾸려 공모전에 참가해야 했다. 593가구를 짓는 10블록(3만5321㎡)의 경쟁률은 11대 1이었다.

[사진 전아키텍츠사무소]

[사진 전아키텍츠사무소]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공사비가 더 든다. 전성은 전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공사비 걱정도 있었지만, 컨소시엄 내에서 새로운 아파트 유형을 제시해야 당선될 수 있다고 판단해 전력투구했다”며 “안이 획기적이다 보니 건설사 주택팀이 아닌 일반건축팀에서 견적을 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도시를 생각했다. 아파트 단지는 크지만, 주변과 단절되어 있다. 도시가 변하더라도 대응하기 어렵다. 10블록은 주변과 연결되려 애썼다. 단지 가운데 서쪽의 공원과 연결되는 숲길을 만들고, 판상형 동이 장벽처럼 길가에 서지 않도록 저층 건물을 앞세우고, 중층형 건물은 뒤로 물리고, 가구 수를 채우기 위해 일부 고층형을 만들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다양한 공유 시설을 둬서 취향껏 들렀다 갈 수 있게도 했다. 이웃을 계속 만나게 한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시대다. 고덕강일이 새로운 아파트 시대를 열었으면 한다. 아파트가 달라져야 우리 삶도 바뀔 수 있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