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 괜찮을까…국고채 발행 증가율 금융위기 이후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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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국고채 발행 규모가 13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증가율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512조원을 넘어선 사상 최대 예산을 편성하며 국채 규모도 덩달아 늘어나게 됐다. 특히 나랏빚과 직결되는 적자 국채가 크게 늘며 재정 건전성을 갉아먹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자료 기획재정부

자료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가 23일 내놓은 ‘2020년 국고채 발행계획 및 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정부의 내년 국고채 발행 한도는 130조2000억원이다. 올해 발행실적(101조7000억원)보다 28%(28조5000억원) 늘어났다. 2009년(63.1%)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국채 발행 한도가 급증한 건 확장재정 기조 하에 512조2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 때문이다. 세금으로 메꾸지 못하는 부분을 국채 발행을 늘려 충당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반회계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적자국채발행 규모는 60조2000억원으로 올해(34조3000억원)보다 25조9000억원 늘었다.

정부는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면서 “국회에 제출된 내년 예산안 기준으로 적자국채 발행 총량은 60조원 수준이지만 올해 대비 순증 규모는 26조원”이라며 “이는 우리 국채시장 전체 규모를 감안할 때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총 발행 물량의 58%는 상반기에 공급할 계획이다. 내년도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내년도 상반기 재정집행률을 62%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당장 경기가 어렵지 않다고 하면서 국채를 마구 발행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속도로 나랏빚을 늘려나가면 정말 어려울 때 나라 곳간이 비게 돼 대응 여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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