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임도헌, 24년 만에 감독으로 올림픽 무대 도전

중앙일보

입력

22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각오를 밝히는 임도헌 남자 배구 대표팀 감독. [뉴스1]

22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각오를 밝히는 임도헌 남자 배구 대표팀 감독. [뉴스1]

'임꺽정' 임도헌(47) 남자 배구 대표팀 감독이 출사표를 던졌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선수로 밟은 지 24년 만에 지휘봉을 잡고 도쿄올림픽에 나가겠다는 꿈을 향해 나아간다.

남자배구대표팀 내년 1월 올림픽 예선 도전 #1996년 선수로 출전했던 임도헌, 감독으로 도전 #이란, 중국, 호주 등 쉽지 않은 상대들 만나

배구 대표팀은 중국 장먼(2020년 1월 7~13일)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에 출전한다. 총 8개국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선 우승팀만 도쿄에 갈 수 있다. A조에 속한 한국은 호주·인도·카타르와 조별리그를 치른다. 첫 경기를 치르는 상대인 호주가 어렵지만 조별리그 통과는 무난할 전망이다. 진짜는 준결승과 결승이다. B조 1, 2위가 유력한 아시아 최강 이란, 그리고 홈팀 중국을 넘어야 한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임도헌 감독에겐 사명감이 느껴졌다. 임 감독은 현역 시절 힘있는 공격이 트레이드마크라 '임꺽정'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면서 두 번이나 올림픽(1992 바르셀로나, 1996 애틀랜타)에 나갔다. 임 감독은 "한국 남자 배구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본선에 가지 못했다. 선수들의 의지도 강하고,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나 자신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특히 1996년 올림픽 예선은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등에서 티켓 확보에 실패한 한국은 아시아 예선에서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일본·중국·호주와 더블리그를 통해 한 장의 티켓 주인을 가렸다. 서울에서 열린 경기에서 일본에 패했던 한국은 도쿄에서 열린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을 꺾고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임도헌 감독은 "그때도 늘 힘든 상황에서 올림픽에 나갔다. 오늘 오전 모든 선수들이 합류한 미팅에서도 해보자고 하는 의지를 느꼈다. 객관적 전력상 쉽진 않지만 그걸 이겨내는 게 스포츠의 묘미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애틀랜타 올림픽에 출전했던 남자 배구대표팀의 훈련 장면. 오른쪽이 임도헌 감독이다. 중앙포토

애틀랜타 올림픽에 출전했던 남자 배구대표팀의 훈련 장면. 오른쪽이 임도헌 감독이다. 중앙포토

임도헌 감독은 대표팀의 장점에 대한 질문에 "지난 9월 이란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주장 신영석이 팀을 잘 이끌었다. 팀워크가 좋아졌다. 한선수, 박철우의 합류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한국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일본과 1승1패를 기록했고, 홈팀 이란과도 대등한 경기를 하면서 4위에 올랐다. 임도헌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경기로 호주전을 꼽았다. 호주는 아시아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V리그 출신 토마스 에드가가 엔트리에서 빠질 전망이다. 임 감독은 "호주 최종 엔트리를 봐야겠지만 10월 월드컵에선 에드가가 나오지 않았고, 이번도 비슷할 것 같다. 첫 경기를 잘 풀어야 그 기세로 결승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또다른 경쟁국 중국은 리그 일정과 관계없이 대표팀 선수들을 조기 소집했다. 다른 나라를 불러 연습경기도 치르며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2주 밖에 시간이 없다. 임도헌 감독은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러나 정규시즌 중이라 선수 개별 경기력은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체력 회복이 중요하다. 그리고 세터와 공격수의 호흡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 다행히 큰 부상이 있는 선수는 없다"고 했다. 임 감독은 "중국은 4명의 주전 선수가 바뀌었다. 2m대 장신 선수들이 많다. 김경훈 감독이 이끄는 파키스탄과 중국의 연습 경기 내용을 전해들었다. 중국에 대한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한 남자배구 대표팀. [사진 아시아배구연맹]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한 남자배구 대표팀. [사진 아시아배구연맹]

역시 가장 큰 산은 이란이다. 폴란드, 프랑스 등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이 있다. 현재 세계랭킹은 6위. 2010년대엔 누구도 이란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엔 조금씩 기량이 떨어지고 있다. 아시아선수권에서 이란을 상대한 신영석과 정지석도 "해몰만한 상대"라고 했다. 임도헌 감독은 "높이나 힘은 이란이 앞선다. 그러나 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시합 당일 집중력과 올림픽 진출에 대한 간절함이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4명의 선수가 모두 역할이 있다. 선수 모두가 잘 해야 한다"고 했다. 임도헌 감독은 과연 24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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