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혐의 '무죄' 검찰공무원…法 "강등처분 정당"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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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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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을 받은 혐의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검찰 공무원이 자신에게 내려진 강등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죄의 입증이 엄격하게 이뤄져야 하는 형사 재판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점에서 강등 처분은 과하지 않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6부(재판장 이성용)는 검찰 공무원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강등처분취소 소송을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과거 자신이 직접 조사한 적 있는 B씨가 운영하는 사업체에 6500만원을 투자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투자 원금 외에 1억 3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B씨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16건의 형사 사건 피의자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는 중이었다.

2013년 검찰은 A씨가 B씨로부터 투자금 및 수익금 수수 형식으로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기소했다. A씨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1심 재판이 나기 전 A씨는 검찰로부터 파면 처분을 받았다. 공무원의 성실의무, 청렴의무,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A씨는 불복했고 무죄를 확정받은 뒤에는 징계 처분 자체가 취소됐다. 이후 복직한 A씨에게 검찰청은 재징계위원회를 열어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강등 처분을 했다. A씨는 또 불복해 이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A씨가 받은 강등 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자신이 수사한 적도 있고, 다른 검찰 공무원의 수사도 받는 B씨와 돈을 거래한 행위는 직무를 불문하고 공직 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하는 행위"라고 판결했다. A씨가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고 그 내용과 기간에 비춰볼 때 강등은 가능한 징계라는 취지다. 법원은 "검찰공무원인 A씨가 B씨와 교류하는 행위를 제3자가 알았을 때 B씨 사업에 유·무형의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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