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탄핵 표결 "통과 유력"···트럼프 "끔찍한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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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오늘은 미국에 슬픈 날입니다. 하지만 우리 헌법에는 기쁜 날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탄핵, 탄핵해야 합니다.” (대니 데이비스 민주당 소속 일리노이 하원의원)

미 하원의원 431명 6시간 찬반 토론 중 #각자 입장 표명…WP "탄핵안 통과 유력" #한국 시간 오전 10~11시 표결 예상 #트럼프, 유세 위해 미시간으로 출발 #공화당 지배 상원선 탄핵 부결 우세

"팩트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누군가를 너무 미워하면, 그리고 거기에 일부가 동조하면 탄핵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하원 격이 너무 떨어졌습니다." (케빈 헌 공화당 소속 오클라호마 하원의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 하원의 탄핵소추안 통과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이 통과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미 의회 역사상 하원에서 탄핵받은 세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미 하원은 18일(현지시간) 탄핵안 표결에 앞서 의원 전원이 찬반 토론을 벌였는데, 각 의원이 밝힌 입장을 종합하면 탄핵안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하원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전체회의를 소집해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두 가지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 절차에 들어갔다.

최종 표결에서 앞서 민주·공화당 의원들은 6시간 동안 탄핵안에 대한 찬반 토론을 벌였다. 토론 시간은 공화당과 민주당에 똑같이 배분됐다.

한국 시간으로 19일 오후 11시 시작된 토론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이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탄핵 표결을 막기 위해 정회를 요구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면서 시간이 지연됐다.

의원 431명 전원에게 1~2분씩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단상에 나온 민주당 의원들은 탄핵 필요성을, 공화당 의원들은 탄핵 사유가 없음을 주장했다.

일부 의원들은 발언 말미에 탄핵안에 대한 찬반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탄핵 찬성을, 공화당 의원들은 전원 탄핵 반대 의사를 밝혔다.

투표가 여야 표 대결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탄핵소추안 통과는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당 토론을 마치면 절차에 관한 투표를 치른 뒤 탄핵안 최종 표결은 이르면 현지시간 오후 8시~9시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11시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18일 미 워싱턴 유니온역 앞에서 탄핵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18일 미 워싱턴 유니온역 앞에서 탄핵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431명 가운데 과반인 216명의 찬성을 얻으면 탄핵소추안은 통과된다. 이날 오전 뉴욕타임스 집계에 따르면 찬성 220명, 반대 172명, 결정 못함(또는 불분명) 2명, 미응답 37명이다.

탄핵안 처리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를 넘어선 것이다. 공화당 의원은 전원 반대했다. 민주당 의원 232명 가운데 1~2명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한다.

표결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용된 두 가지 혐의 각각에 대해 실시된다. 권력 남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와 조 바이든 민주당 전 부통령 비리 조사를 거래했다는 것, 의회 방해는 탄핵 조사에 비협조를 지시한 행위다. 둘 중 하나라도 통과되면 하원에서 탄핵안은 통과된다.

전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탄핵은 쿠데타 시도"라고 반발한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 표결 당일에는 공식 일정을 소화하면서 간간이 민주당을 비난하는 트윗을 보내고 있다.

이날 아침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나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다 없다"고 주장했다. 문장(I DID NOTHING WRONG)을 모두 대문자로 써서 강조했다.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급진 좌파, 일 안 하는 민주당의 끔찍한 거짓말, 미국에 대한 공격이자 공화당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조사를 맡은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를 인용해 "증거는 압도적(overwhelming)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근처에도 못 갔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식 일정을 2건만 잡았다. 미리 배포된 대통령 공식 일정에 따르면 이날 첫 일정은 오전 11시 45분 백악관에서 정보 브리핑을 받는 것으로 시작했다.

마지막 일정은 오후 7시 미시간주에서 열리는 '미국을 계속해서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 유세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탄핵안 통과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4시 25분 백악관을 출발해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에서 탄핵소추를 받더라도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원의 탄핵 심판 절차에서는 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원 의석 분포는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이다. 탄핵 심판이 인용되려면 상원은 3분의 2(67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직무를 수행하는 데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 미국은 하원에서 탄핵 소추를 받더라도 계속해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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