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996년 판례 “북한도 헌법상 한국 영토…북 주민도 국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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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2명을 정부가 추방해 국제법 위반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적자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주목받고 있다.

자국민에 대해 난민 여부 판단 #논리적 오류로 비판 부를 수도

대법원은 지난 1996년 북한의 공민증을 소지한 채 중국을 거쳐 입국한 북한 주민 이영순씨가 법무부 서울외국인보호소의 강제퇴거 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1960년께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주중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해외 공민증을 발급받았다. 92년 한국 입국 땐 편법 발급받은 중국 여권을 이용했고, 법무부는 불법 입국 외국인으로 간주해 강제퇴거 명령했다. 당시 대법원 특별1부는 “북한 국적자라도 헌법상 북한 역시 한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로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씨가 부정하게 발급받은 중국 여권을 갖고 있었다는 점 하나만으로 중국 국적 취득자로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이씨는 여전히 한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법 판결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규정한 헌법 3조를 원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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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이들은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보호 대상이 아니며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96년 대법 판결로 보면 자국민에 대해 난민 여부를 검토한다는 논리적 오류라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정부가 탈북자를 사실상 해외 난민으로 대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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