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화가 준 의외의 선물···'상극' 브라질·아르헨 오월동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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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좌파 출신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 간 갈등이 새 국면을 맞았다고 브라질 현지 언론 더리오타임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국 정상이 정치적 이념을 내세워 공개적으로 설전을 주고받았지만 결국 관계 개선을 위해 출구 전략을 밟는 모양새다.

남미 G2로 불리는 브라질·아르헨티나…양 정상 정치 성향은 극과 극 #극우 성향 브라질 보우소나루 "우리린 서로가 필요하다"며 한 발 양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남미에서는 중도 우파였던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좌파로 분류되는 페르난데스가 승기를 잡으며 지역 정세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경제 위기와 소요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베네수엘라, 칠레와 함께 역내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란 관측 때문이었다.

남미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 격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정치적 성향이 상극인 양국 정상이 서로를 공개 비난하며 불안이 증폭돼왔다.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 "여성혐오주의자"라고 비난해왔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페르난데스 후보가 승리하자 “아르헨티나가 최악의 선택을 했다”고 악담했다. 보우소나루는 오는 12월 10일 열리는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양국 간 오랜 외교 관례를 파기한 것이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양국의 냉담한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페르난데스에게 축하 전화를 걸면서다. 양 정상 간에 해빙기가 찾아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브라질의 리오타임스는 트럼프가 지난 2일 페르난데스에게 전화를 걸어 "아르헨티나가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몇 시간이 채 되지 않아 보우소나루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며 양국 간 관계 정상화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보오소나루는 페르난데스의 취임식 보이콧 입장에서도 한 발 물러섰다. 불참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장관급 인사를 대리 참석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리오타임스는 전했다.

리오타임스는 이런 변화를 두고 양국이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와중에 실용주의적 접점을 찾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메르코수르'라고 불리는 남미 지역 경제공동체를 이끄는 두 개의 기둥이다. 서로의 교역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무역 파트너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양국 관계가 악화하더라도 경제 문제만큼은 '투트랙'으로 접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아르헨티나 지지 표시를 계기로 브라질이 한발 물러서며 출구 전략을 밟은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제 정세 컨설팅 회사인 컨트롤 리스크의 토마스 파바로 남미 담당 국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페르난데스 당선인에게 가하는 압박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보호주의를 택하면 과감한 조치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파바로 국장은 브라질 제조업이 받을 타격을 고려하면 일부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브라질이 메르코수르를 탈퇴할 가능성도 작다고 봤다.

리오타임스는 이를 두고 베네수엘라·칠레 사태 등으로 혼란한 남미 상황을 악화하지 않기 위해 미국 정부가 아르헨티나의 차기 정부와 협력할 것임을 시사했고, 이런 결정이 브라질의 노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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