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가투 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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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육개혁세력이 집단적 폭력의 성격을 띠게 될 때 그것은 개혁이 아닌 혁명, 교육개혁이 아닌 정치적 변동을 요구하는 반체제세력으로 인식되어진다.
전교조 결성의 시작과 끝이「기습강행」과 「결사사수」라는 급진적 집단행동으로 나타나지 않고 교육법 개정운동을 통한 점진적 개혁노선으로 표출되었다면 전교조의 참교육운동은 보다 폭넓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법개정운동이라는 민주적 합법절차를 무시한 채 기습과 강행으로 결성된 단체를 이제 다시 대학 운동권과 재야세력이 연계되어「합법성투쟁을 위한 국민대회」라는 이름으로 집단 가투 등 폭력시위를 벌이는 행위는 결코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물론 정부의 탄압이 선행되었기 때문에 이에 맞서는 투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선도하는 민주교육주창자인 민주교사의 교육개혁움직임은 적어도 다른 어떤 단체와는 달리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는 개혁의 전형을 보여줄 것을 우린 모두기대 했었다.
참교육의 목적이 순수하기 때문에 민주적 절차는 무시되어도 좋다는 주장은 국민 여론이 용납하지 않음을 이젠 알아야 한다. 「국민」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곧「국민운동」이 되지도 않는다. 그것은 마치 통일이 민족의 공동선이기 때문에 현실의 어떤 실정법을 무시해도 좋다는 대학운동권의 논리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이제 다시 재야와 대학운동권이 연계해 전교조 합법성 투쟁을 어제처럼 전국적 규모로 최루탄과 투석전 속에서 벌여 나간다면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전교조로부터 더욱 멀어져 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반체제적 연계투쟁은 전교조를 위한 악성 여론 형성밖에 될 수 없음을 거듭 깨달아야 한다.
비록 전교조의 잔류교사 숫자가 극소수로 공동화되었다고 하지만 지난여름 그들이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교육개혁을 위한 참 목소리는 많은 교사와 학부형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을 것이다. 교육은 개선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교육개혁 교사들은 정치투쟁을 위한 반체제 세력에 편입되는 일체의 행동을 배격해야 한다.
민족·민중·민주라는 참교육의 진실된 내용이 좌경적 교육혁명 론 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극좌적 모험주의와의 연계투쟁은 교사들 스스로 차단해야만 한다.
전대협이 2학기 투쟁목표의 호재로 전교조 사수투쟁을 앞세운 저의에 말려들지 말고 교육개혁의 문제는 교육 내부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연한 민주교사로서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열세로 몰린 지금의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운동권 대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허장성세의 투쟁을 벌인다고 해서 참담한 오늘의 교육현실이 개선될 수는 없다.
비록 그 숫자가 적다 할지라도 전교조가 교육개혁을 위한 참 교사들의 단체로 남아 있는 한 개혁을 위한 숨결은 살아 숨쉴 것이고, 개혁을 위한 단계적이고도 민주적 절차를 통한 법개정운동을 벌여 나간다면 그 숨결은 더욱 증폭되어 개혁을 향한 주도적 흐름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교사들에게 기대하는 바는 노사분규와 대학소요와는 다른 차원의 민주교사다운 민주적 해결방식의 한 선례를 보여 달라는 것이다. 이런 기대와 교육개혁의 올바른 실현을 위해 전교조교사들은 더 이상 집단적 폭력의 와중에 휘말리지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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