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번 아이스팩만 수거하는 신데렐라가 온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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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경영 나선 정지선 회장

31일 서울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가 현대홈쇼핑 아이스팩 수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 현대홈쇼핑]

31일 서울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가 현대홈쇼핑 아이스팩 수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 현대홈쇼핑]

매달 첫째 주 월요일 오전 10시.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의 온라인 쇼핑몰(H몰) ‘이벤트/쿠폰/멤버십’ 웹페이지에 신데렐라처럼 공지사항이 올라온다. 집에서 굴러다니는 아이스팩을 선착순으로 회수한다는 내용이다.

온라인 쇼핑이 대중화하면서 집집이 아이스팩을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선식품이나 식음료를 택배로 배달할 경우 대부분 상자에 아이스팩이 딸려있다. 아이스팩 내용물은 화학물질이고, 껍질은 재활용할 수 있는 비닐이다. 따라서 내용물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고, 비닐은 재활용 수거함에 넣어야 한다.

아이스팩 수거함에 아이스팩을 반납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 주민들. [사진 현대홈쇼핑]

아이스팩 수거함에 아이스팩을 반납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 주민들. [사진 현대홈쇼핑]

하지만 이렇게 버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이렇게 버려지는 아이스팩에 주목했다. 아이스팩은 터지지만 않는다면 무한정 다시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경영전략회의에서 “아이스팩이 분리수거하지 않고 버려지면서 환경을 파괴하는 과정에는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유통기업의 책임도 있다”며 “고객과 함께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친환경 소비 촉진해 ‘대통령 표창’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 현대백화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이 매달 한 차례 아이스팩만 회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H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매월 선착순 4000명을 모집해 수거한다. 집에 20개의 아이스팩을 모아두면, 현대백화점그룹 멤버십(H포인트)를 증정하고 CJ대한통운·롯데택배가 수거한다.

수거한 아이스팩은 충남 천안 소재 자원재활용업체 그린폴에서 크기별로 분류·세척한다. 재활용 가능한 상품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와 협력사에서 다시 사용한다. 계열사·협력사가 아니더라도 냉동창고·식품기업·슈퍼가 아이스팩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무료로 보내주기도 한다.

아이스팩 수거 신청을 할 수 있는 H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첫페이지. [H몰 캡쳐]

아이스팩 수거 신청을 할 수 있는 H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첫페이지. [H몰 캡쳐]

지난해 8월 시작한 아이스팩 무료 수거 캠페인은 올해 10월까지 5만여명의 고객이 동참했다. 이 과정에서 100만개의 아이스팩을 20여개 기업이 재사용했다. 아이스팩 개당 300g의 화학물질이 들어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0만t의 화학물질 배출 감소 효과를 누린 셈이다. 이를 재사용한 기업도 2억원가량의 아이스팩 구매 비용을 절감했다. 소비자는 H몰 포인트를 받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캠페인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스팩을 재활용해서 환경 보호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10월 31일 ‘2019 친환경 기술진흥 및 소비촉진 유공’ 정부 포상에서 저탄소생활실천부문 대통령표창도 받았다. 유통업계가 저탄소생활실천부문 정부 포상에서 대통령표창을 받기는 처음이다.

정지선 회장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 일조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H몰 아이스팩 수거 웹페이지. [H몰 캡쳐]

H몰 아이스팩 수거 웹페이지. [H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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