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연속 감소’ 한국 수출, 반도체 반등으로 고개 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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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에 수출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모습.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지난 9월 수출액(통관 기준)이 447억1000만달러, 수입액이 387억4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달 대비 각각 11.7%, 5.6% 감소했다고 밝혔다. [뉴스1]

1일 오후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에 수출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모습.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지난 9월 수출액(통관 기준)이 447억1000만달러, 수입액이 387억4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달 대비 각각 11.7%, 5.6% 감소했다고 밝혔다. [뉴스1]

한국 수출에서 정보기술(IT)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년 만에 가장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수출을 이끌어 온 IT 제품의 비중이 줄어든 가운데, 전체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27일 한국무역협회 한국의 수출상품 구조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IT 제품의 수출액은 907억5600만 달러(약 106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IT 제품이 한국의 전체 수출상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3%로, 2012년(21.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IT 제품은 반도체·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 등을 포함한다.

IT 제품 수출의 어려움은 전체 수출 부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무역협회는 ‘최근 수출 경기 진단 및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1~9월 한국의 수출이 4062억 달러(약 477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줄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세계 수출 상위 10개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올해 1~8월 수출이 줄었다”며 “최근 한국의 수출 부진은 반도체 가격과 유가가 하락해 수출 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반도체와 원유 관련 품목(석유제품·석유화학제품)이 전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8%였다.

품목별 1~9월 수출 감소 기여율. [자료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품목별 1~9월 수출 감소 기여율. [자료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반도체를 비롯한 IT 제품의 수출 비중은 줄었지만, 내년에는 반도체 단가 상승 등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되며 전체 수출도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고서는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오르고 물량이 증가하는 등 연간 수출이 10% 정도 늘어나 전체 수출 회복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는 스마트폰의 용량이 커지는 추세와 함께 5G(5세대 이동 통신)·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의 수요가 늘어나 내년 2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메모리 시장의 64%, 파운드리 시장의 19%를 점유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물량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1~8월 수출은 2.9% 감소했지만, 반도체·석유화학·자동차·통신 장비·가전 등의 주요 품목은 증가세를 기록했다”며 “같은 기간 독일(-4.2%)과 일본(-4.7%)에 비해 선전했다”고 설명했다.

문병기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해외 생산을 많이 하는 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에 비해 반도체는 국내 생산품의 경쟁력을 잃지 않고 단가 회복세를 나타내며 수출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수석연구원은 또 “올 11월부터 반도체 경기 개선, 물량 회복 등 수출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출 전체의 성장을 위해서는 환율·유가·금리 변동 등 단기 리스크에 대응하고 시장 다변화와 소재·부품 고부가가치화 등을 통해 새로운 수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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