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한 정권 행태 변형'까지 거론하는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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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의 대북(對北) 압박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외교 노력을 거부할 경우 경제조치 등에서 추가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카오 소재 중국계 은행에 국한했던 금융제재도 확대할 태세다. 의회에선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적 차원에서 다룰 결의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미국의 이런 강경한 자세는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번에는 전방위적으로 북한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결연함'이 묻어 있다. 북한이 뭘 양보하면 어떤 혜택을 주겠다는 협상은 접어둔 것 같다. 그 대신 북한의 돈줄을 죄는 계좌추적을 비롯한 경제제재, 열악한 북한 인권상의 폭로 및 대규모 탈북 유도 등으로 파상적인 공세를 펴겠다는 것이다. 힐 차관보도 언급했듯 미국의 대북정책 목표가 '북한 정권 행태의 변화'로 바뀌는 인상이다.

여기에는 중국의 협조를 과거보다는 수월하게 얻을 수 있다는 미국의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동참에서 드러나듯 중국이 앞으로 '일방적인 북한 감싸기'에선 벗어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에 더욱 좌절감을 느낄 북한의 반발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한반도에 심각한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당연히 한국 정부로선 어떤 수단을 동원해야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을지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단선적인 사고에만 안주해 왔다. '미국=국제사회'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서 드러나듯, 미국엔 각을 세우고 북한은 감싸는 것뿐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이 정부가 강조해 온 '주도적 역할'이 먹혀가겠는가. 또 외교라인을 통해 하면 될 발언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정치적 의도가 있거나, 아니면 외교의 미숙함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미국의 강경책을 제어할 현실적인 수단을 우리가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외교안보는 탁상공론이 아니라 냉엄한 현실이라는 점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