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원(47·아산 우리은행 코치)은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이다. 19세였던 1991년 국가대표에 발탁돼,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2002년 세계선수권 4강 등 한국 농구 전성기를 이끌었다. 시드니올림픽 쿠바전에선 한국 농구 사상 첫 올림픽 트리플 더블(10득점, 10리바운드, 11어시스트)을 기록했다. 40세까지 코트를 누비며 10차례 어시스트왕을 차지했다.
2019~20시즌 맞는 여자프로농구 #7연속 우승 실패, 정상 탈환 다짐 #하나은행-BNK 19일 부천 개막전
지난시즌 여자 프로농구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 입단한 박지현(19·1m83㎝)은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박지현은 전주원(1m76㎝)을 잇는 장신 가드다. 2019~20시즌 여자 프로농구(WKBL) 개막(19일)을 앞두고 최근 전 코치와 박지현을 만났다. 전 코치가 “지현이는 내가 뛰는 모습을 보지 못했을 텐데”라고 말문을 열자, 박지현은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 다 봤다. 코치님처럼 하려면 한참 멀었다”며 손사래쳤다.
두 사람은 이번 시즌 정상 탈환에 나선다. 우리은행은 지난시즌 7연속 통합우승에 실패했다. 정규리그에서 KB스타즈에 밀려 준우승을 기록했고, 플레이오프에서 용인 삼성생명에 패해 탈락했다. 전 코치는 “다시 한 번 최고 자리에 오르는 게 목표인데, 지현이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직후 우리은행 에이스 임영희(40)가 은퇴했다. 전 코치는 “올 시즌엔 지현이가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에서 모두 코트를 휘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현은 “하필 입단한 첫 시즌에 팀이 우승을 놓쳐 속상했다. 2년 차인 이번 시즌엔 더 많이 뛰고 궂은 일을 하겠다. 기회가 나는 대로 해결사 역할도 맡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 코치는 박지현을 차세대 에이스로 확신한다. 두 사람은 많이 닮았다. 나란히 선일초등학교에서 농구에 입문했고, 10대(박지현 18세)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신인왕(전주원 1990~91시즌) 출신인 것도 똑같다. 농구 기술에 대한 욕심도 판박이다. 전 코치는 “지현이는 안 되는 기술이 있으면 끝까지 물어보고 연습한다. 종종 특별과외도 해준다. 데뷔 시절 내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박지현이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것도 운명 같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신입 선수 선발회 당시 우리은행이 1순위 지명권을 뽑을 확률은 4.8%에 불과했다. 그런데 순서 추첨에서 1순위가 됐고, 곧바로 박지현을 잡았다. 전 코치는 “올 시즌이 진짜 승부다. 새로운 에이스 박지현이 우리(은행) 2기 왕조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현은 “우승은 물론, 화려한 플레이로 여자 농구 돌풍을 몰고 오겠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