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럽 6개국 SLBM 규탄에 “인내심에도 한계” ICBM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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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이 10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고 유럽 6개국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 “우리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반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공정성과 형평성을 표방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최근 진행된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 시험 발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우리의 자위권에 속하는 정당한 조치만을 걸고 들었다”며 “우리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으며 우리가 지금까지 자제하여온 모든 것이 무한정 계속된다는 법은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 2일 북한이 SLBM을 발사한 지 약 10시간 뒤 미 공군이 캘리포니아주 반데버그 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발사 시험을 했는데, 안보리가 이를 지적하지 않고 SLBM 발사를 규탄한 걸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 조치를 재고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의 이번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우리를 압박할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 명백한 실정에서 우리도 같은 수준에서 맞대응해줄 수 있지만 아직은 그 정도까지의 대응 행동이 불필요하거나 시기상조라는 판단 밑에 자제하고 있을 뿐”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올바른 자대(잣대)나 기준 없이 우리 자위권에 속하는 문제를 부당하게 탁우(탁자)에 올려놓고 있는 현실은 미국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 조치들을 재고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재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공개된 북극성-3형 발사 모습.[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공개된 북극성-3형 발사 모습.[연합뉴스]

 북한이 언급한 선제적 중대조치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등을 의미한다.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5일 스웨덴에서 실무협상이 결렬된 후 발표한 성명에서 핵시험(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 등을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김 대사는 지난 7일 귀국길에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 두고 보자”고 말한 바 있다. ICBM을 쏠 수 있다는 엄포성 메시지였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무협상 결렬 직후에도 김 대사가 ICBM 발사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외무성이 재차 경고하고 나섰다”며 “북·미 비핵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ICBM 발사 가능성을 내비치며 대미 압박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 6개국의 유엔대사는 지난 8일 북한의 SLBM 시험 발사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직후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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