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A교수의 아들‧딸은 아버지와 같은 학교‧단과대에 다니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의 수업을 총 7과목 듣고 모든 과목에서 최고평점(A+)을 받았고, 딸은 8과목 중 7과목의 점수가 A+이었다. 딸의 평균 평점은 4.4점(4.5점 만점)이었지만, 아버지 수업을 제외하면 3.4점으로 떨어졌다. 이들은 전과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아버지 수업을 들었고, 동일과목을 중복으로 수강하는 방식으로 A+을 획득했다.
최근 5년간 교수인 부모의 수업을 들은 대학생이 638명으로 조사됐다. 부모와 같은 학과에 소속돼 있으면서 수업을 들은 학생이 376명, 학과가 다른데도 부모 수업을 들은 학생은 262명이었다. 교육부가 지난해 말 국립대 교직원의 자녀 수강 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8 교수‧자녀 간 수강 및 성적부여 등 학사 운영실태 조사’ 자료를 공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조사 대학 184곳 중 163곳(88.6%)의 대학에서 교수와 자녀가 같이 다니고 있었고, 학생 638명이 부모가 가르치는 수업을 들었다.
163곳의 대학 중 교수 583명은 자녀 599명(2명 이상 포함)과 학과까지 같았고, 부모 수업을 들은 학생은 376명(62.8%)이었다. 1개 과목만 수강한 학생은 120명, 2~7개 과목 222명, 8~9개 과목 26명이었다. 11과목 이상을 들은 학생도 8명이나 됐다. 부모 교수의 강의를 듣지 않은 학생은 221명으로 조사됐다.
학과가 다른데도 부모 수업을 들은 학생도 적지 않았다. 부모와 다른 학과 소속인 학생 2494명(교수 2347명) 중 10.5%에 해당하는 262명이 부모의 강의를 수강했다. 1개 과목만 들은 학생은 147명, 2~7개 과목 110명, 8~10개 과목 3명, 11개 과목 이상 2명이었다. 부모 강의를 수강하지 않은 학생은 2017명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서울과기대 교직원의 자녀 수강 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후 ‘교수‧자녀 간 강의 수강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많은 학교가 권고안을 이행하지 않거나 여전히 이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수강생을 사전에 신고하도록 한 ‘사전신고제’를 도입한 학교는 전체의 55.1%였고, 위반교원에 대한 제재조치 규정을 마련한 학교는 44.4%에 불과했다.
부정사례가 적발됐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도 드러났다. 이번 조사를 통해 총 5개 학교에서 13건의 부정 사례가 확인됐는데, 10건에 대해 주의‧경고 등 가벼운 처분이 내려졌다. 나머지 3건은 조치가 진행 중이다.
박경미 의원은 “부모와 자녀가 한 대학에 소속돼 있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교수가 시험출제‧성적평가를 하는 상황에서 자녀가 부모의 수업을 수강하는 것은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교육부의 정기적인 실태 조사와 대학의 관련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