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억 대출 갈아타기···조국펀드·저축은행 수상한 자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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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가족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헐값에 기업을 인수한 뒤 단기간 시세차익을 노리는 변칙적인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일 수 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상상인 그룹 계열사 저축은행 2곳 #WFM에 주식담보로 20억 대출해줘 #반대매매로 주가 급락, 투자자 피해 #상상인플러스 “대환대출 문제 없어” #WFM 발행한 CB 인수업체에도 대출 #작년 코스닥 상폐 9곳에 돈 빌려줘 #

 최근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기업사냥꾼이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돈을 빌려 M&A 하는 경영 기법을 악용하고 있다. 이들의 자금조달 창구가 저축은행이나 사채시장이다.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코링크PE가 인수했던 더블유에프엠(WFM)과 상상인그룹의 저축은행간 수상한 자금거래 때문이다. 22일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WFM은 지난달 20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주식 110만주를 담보로 17% 고금리에 20억원을 빌렸다. 이 돈은 두 달전 상상인저축은행에서 대출한 것을 ‘갈아타기(대환대출)’한 것이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측이 이 의원실에 보낸 자료에서 “대환대출로 빌린 20억원이 조국 사모펀드 의혹 관련자들의 해외 도피자금으로 유용됐다는 (일부 언론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WFM이 대출을 갈아탄 시점은 이미 조국 사모펀드와 투자처의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을 때다. 그런데도 대표이사를 포함한 6명의 여신심사위원회는 이견 없이 대출심사를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관계자는 "회사간 대환대출이라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봤다"면서 "최근 조국 사모펀드 관련 제기되는 의혹과 관련해선 (저축은행과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이태규 의원실에 답변한 자료 일부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이태규 의원실에 답변한 자료 일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이는 유모 회장이 경영하는 상상인그룹의 계열사다. 2009년 코스닥 상장사인 씨티엘과 텍셀네트컴을 인수한 유 회장은 2012년 세종저축은행(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2016년 공평저축은행(상상인저축은행)을 품으며 금융업에 진출했다. 지난 3월에는 골든브릿지증권도 인수했다.

 WFM과 상상인그룹 내 저축은행 사이의 석연찮은 거래는 또 있다. 지난해 7월 26일 WFM이 발행한 151억원 전환사채(14회차 CB) 중 100억원을 엣온파트너스가 인수했다. 이때 CB를 담보로 엣온파트너스에 100억원을 빌려준 곳이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다. 등기부 등본을 보면 투자 관련 컨설팅사인 엣온파트너스는 CB 인수 9일 전에 설립됐다.

무자본 M&A 구조. 자료: 금융감독원

무자본 M&A 구조. 자료: 금융감독원

 WFM을 둘러싼 이런 거래는 사채시장이나 저축은행에서 돈을 끌어들여 기업을 인수한 뒤 부정거래와 허위공시 등으로 단기간 시세차익을 노리는 ‘무자본 M&A’ 세력의 움직임과 비슷하다. 무자본 M&A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기업사냥꾼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가 팔아치우면 개인투자자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데 문제가 있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이 ‘반대매매’에 나서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저축은행은 보유한 주식의 주가가 담보비율 밑으로 떨어지면 강제로 주식을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매매가 쏟아지면 주가는 속절없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담보로 보유한 WFM 63만5000주(담보주식의 58%)를 장중에 팔았다. 대환대출을 실행한 지 8일 만이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측은 “이날 WFM 주가는 (조국 사모펀드 관련) 각종 의혹이 일면서 주식담보계약에 따른 최소담보유지비율인 160%(주당 2909원) 밑으로 떨어져 반대매매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주식 담보를 대출금액의 183%(주식 감정가 36억7950만원)까지 잡아놓고 20%포인트만 손실이 나도 바로 주식 처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계약을 한 것이다. 이날 WFM 주가는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날보다 27% 급락한 2450원을 기록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돈이 흘러간 기업 중에 상장 폐지된 기업도 많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된 파티게임즈와 C&S자산관리 등 11곳 중 9곳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서 주식담보로 돈을 빌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3년간 이들 기업에 나간 주식담보대출만 1095억원에 이른다.

자료: 이태규 의원실

자료: 이태규 의원실

 무자본 M&A가 악용돼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학계나 정치권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기업사냥꾼을 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태규 의원은 “WFM과 포스링크 등 부실기업 인수투자 방식 등을 살펴볼 때, 코링크PE는 정상적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아닌 기업사냥꾼의 비정상적 행태를 보인다”며 “금융당국이 이를 수수방관한다면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M&A 이후 고유자산을 과도하게 매각하거나 작전세력 매매 행태를 보이는 기업에 대한 사후적인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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