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물든 잇단 공무원 범죄|"전출사원 몫" 미끼 계약서 작성 피해자 거의가 친척…눈치 못 채|용산구청 직원부부 조합아파트분양 사기사건|통신공사 자체조사 소홀 사고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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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전 서울영등포구청 주택정비계장 박사원씨 부부 가짜아파트 「딱지」사기사건에 이은 용산구청 산업과 직원 이모씨(43)·전 한국전기통신공사과장대리 김요숙씨(39)부부 관련 주택조합 사기사건 역시 사회에 큰 파문을 던지며 공무원 사회의 기강에 의문을 갖게 하는 중대사건이다.
경찰 1차 조사결과로는 사건은 이씨의 부인 김씨가 주동했고, 이씨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금씨는 남편이 용산구청 직원임을 내세워 피해자들을 믿게 했고, 아파트를 둘러싼 사전이란 점에서 영등포구청 사건과 흡사하다.
또 27일 오후 이들이 경찰에 자수하긴 했지만 사건발생후 이씨는 10일부터 9월12일까지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가족들과 잠적했던 것까지 비슷하다. 86년 사건이 3여년만에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14일.
용산구청으로 이씨를 찾는 전화가 간간이 걸려 오다 16일 이씨의 부인 친척이라고 밝힌 50대 여자 1명이 찾아와 『아파트 사기를 당했다』며 『이씨의 부인 금씨가 남편이 구청과장이라고 해 의심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또 25일 오후에는 피해자 5명이 구청을 찾아와 호소해 구청측이 25일 자체 조사에 나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 이씨를 26일자로 직위 해제했다.,
구청 측은 또 25일 이씨에게 진단서를 발급해준 법원을 찾아 확인한 결과 『진단서를 발급해 준 적은 있으나 진단사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내고 집으로 연락했으나 이마 이들이 잠적한 뒤였다.
김씨가 처음 사기를 계획한 것은 86년 사돈벌되는 친척으로부터 『통신공사가 조합아파트를 짓고 있는데 아파트상가를 분양 받게 해줄 수 없느냐』는 부탁을 받고 부터.
김씨는 이때 전기통신공사가 85년 주택조합을 설립, 현대건설측이 서울회기동에 8동 7백36가구의 아파트를 지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돼 치밀한 사기극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것.
◇범행수법=김씨는 주로 고향 친척이나 친지들에게 『아파트를 분양 받게 해준다』는 소문을 퍼뜨려 이를 듣고 찾아온 피해자들에게 평당 1백20만원씩 3천만∼9천만원을 받고 26∼32평 주택조합아파트를 허위 분양하는 가짜 계약서를 만들어 주었다.
김씨는 또 이 아파트가 서울 거주사원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 착안, 주택조합에 가입한 뒤 지방으로 전출가 분양받을 수 없게된 사원들의 몫을 분양해 주겠다고 속이는 수법을 동원했다.
사기를 당한 21명중 대부분은 김씨와 친척 관계였고 김씨가 통신공사의 과장대리라는 직책을 믿어 지난 5월 아파트가 준공돼 입주를 시작할 때까지도 사기극을 눈치채지 못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전기통신공사에 주택조합 입주가능성여부를 전화로 문의했으나 김씨가 당시 임시고용직 사원이었던 이모씨(방)에게 이건동이라는 가명으로 『주택분양을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하도록 매수했으며 「주택조합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이란 가짜 직인을 만들어 아파트 전매 승인허가를 했다는 확인서까지 만들어 주기도 했다.
◇김씨 주변=김씨는 지난 2월 친구인 백모씨(36)에게도 주택조합을 미끼로 가짜전매 사기를 벌이다 탄로나 혜화지국으로 전출 당했다.
이때 전기통신공사측이 정확한 자체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사고가 커졌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경찰은 남편 이씨가 부인 김씨의 범행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씨가 집으로 찾아간 피해자들에게 1억원 상당의 약속어음을 떼어준 점등을 미루어 이씨가 부인의 범행을 뒤늦게 알고 무마하려 한 것이 아닌가보고 계속 수사중이다. <김기평·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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