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다비아 시위계기로 본 소 소수민족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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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련내 소수 민족들의 민족주의 운동이 발트해 3국을 중심으로 심각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23일 독소 불가침 협정체켤 50주년을 기념하여 발트해 3국 2백만 주민이 참가한 6백km의 「인간사슬」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남에 따라 이 지역에서 민족주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희가 26일 이들 행동을 「반사회주의적·반소적」이라고 공식 비난하고 나서 심상치 않은 사태로 발전될 조짐이다.
이와함께 지난 39년 같은 방법으로 소련에 합병된 소련 남서부 몰다비아 공화국 주민 30만명이 몰다비아어 공식이 지정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임으로써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금기로 돼 왔던 발트해 3국 문제는 고르바초프 집권후 그가 추진하는 개혁·개방정책에 편승, 그동안 연방정부로부터 자치를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최근엔 완전 독립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봄 발트해 3국은 각국별로 민족주의 인민전선을 결성, 이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금기로 돼왔던 국기·국가가 사용되고 러시아어 대신 현지어 사용을 법제화하는 등 연방정부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해왔다.
특히 지난 3월 소련사상 최초의 민주방식에 의한 인민 대의원 선거에서 인민전선 출신 대의원이 대거 당선, 이들이 모스크바 인민 대회석상에서 자치 또는 독립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고르바초프는 그동안 발트해 3국에 대해 각렬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지리적으로 서유럽에 가까운 관계로 서방국가들과 교역이 활발, 경제수준이 소련내에서 가장 높은 이지역을 경제 특구화하는 것이 고르바초프의 복안이다.
지난 7월말 연방정부가 발트해 3국에 내년 1월 1일부터 완전한 독립채산제·경제자치를 허용하는 파격적 조치는 현지인들의 자치·독립요구에 대한 호의적 대처인 동시에 이 지역의 경제적 잠재력에 대한 기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이같은 「배려」에도 불구, 한번 불붙기 시작한 민족주의적 열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가열되고 있다. 라트비아 최고회의는 지난달 말 「공화국 주권에 관한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은 라트비아의 천연자원·토지를 연방정부 아닌 공화국 소유로 하고, 공화국 법률이 연방법률에 우선하며, 주민들에게 소련국적 아닌 라트비아 공화국 국적을 부여하는 실질적인 독립선언이다.
또 리투아니아 공화국 최고회의도 지난 23일 39년 독소불가침 조약과 리투아니아의 소비에트 연방가입에 대한 「무효선언」을 의결했으며 앞으로 연방탈퇴 선언으로 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발트해 3국들이 연방정부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자기들이 소비에트 연방의 구성 공화국이 아니라 소련의 식민지로서 경제적으로 착취받고 있을 뿐 아니라 대러시아 민족주의의 희생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발트해 3국 경제력의 상당부분은 소련연방내 다른 지역으로 누출되고 있으며, 러시아인의 대량이주에 의한 발트해 3국의 러시아화 정책도 현지인들 입장에서 보면 매우 심각하다.
현재 리투아니아 인구 3백70만명 중 20%, 에스토니아 1백60만명 중 40%,그리고 라트비아 2백초만명 중 50%가 러시아 인으로 이들이 현지에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지위를 차지, 현지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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