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 모녀의 뜨거운 8월...올림픽 은, 보그너 MBN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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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지. KLPGA 박준석.

박민지. KLPGA 박준석.

박민지(21)가 18일 경기 양평 더스타휴 골프장에서 끝난 KLPGA 투어 보그너 MBN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 3라운드 2언더파 69타, 합계 14언더파로 이다연과 장하나, 김자영2를 1타 차로 꺾었다.

그의 어머니 김옥화(61)씨는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이다. 35년 전인 1984년 여름 LA 올림픽에서 서독을 꺾고 은메달을 땄다. 김옥화는 1980년대 한국 여자 핸드볼의 주축 선수였다.

LA 올림픽 당시 중앙일보는 “한국은 체력과 신장이 좋은 서독을 맞아 전반을 10-9로 뒤졌으나 후반 5분부터 김옥화의 노련한 리드 아래 장신 골게터 윤병순이 잇달아 골을 터뜨리고…”라고 보도했다. 올림픽 은메달 이외에도 82년 세계선수권에서는 득점 4위를 기록했다. 은퇴 후 활동도 활발했다. 한국 핸드볼 협회 여성 분과 위원장 등을 맡았다.

박민지는 체력이 핸드볼에 맡지 않아 골프를 택했다. 김옥화씨는 “골프는 돈이 많이 들어 포기하려 했는데 딸이 용품과 골프장 이용을 무료로 받는 국가대표에 발탁되는 바람에 끝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옥화 씨는 “1980년대에 힘들게 훈련하던 시절 얘기를 해주면서 ‘열심히가 아니라 죽기 살기로 운동하라’고 했다. 다른 아이들은 그런 옛날얘기를 귀담아듣지 않았을 텐데 민지는 새겨듣고 열심히 훈련했다. 퍼트 연습을 하면서 소화를 시킨다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박민지와 핸드볼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김옥화씨. [중앙포토]

박민지와 핸드볼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김옥화씨. [중앙포토]

모녀는 8월에 좋은 일이 많았다. 김옥화 씨가 올림픽 은메달을 딴 건 8월 9일이었다. 박민지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9년 8월 19일 골프를 시작했다. 박민지의 세 번째 우승컵은 딱 10년 만인 8월 18일 나왔다. 우승 상금은 1억2000만원이다.

박민지는 신인이던 2017년과 지난해 1승씩을 거뒀고 3년 차인 올해도 우승을 차지했다. 세 번째 우승이 쉽지는 않았다. 2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박민지는 전반 보기 2개를 하면서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버디 3개를 잡아내면서 재역전에 성공했다. 16번 홀 버디와 17번 홀 벙커에 빠진 공을 파 세이브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박민지는 “16번 홀에서 너무 긴장해서 퍼트하기 전에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났다. 팽팽하던 때라 내가 버디를 넣으면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퍼트여서 그랬다”고 말했다.

박민지는 또 “우승하고 싶었지만 우승할 거란 생각은 못했다. 선두로 나왔을 때 경기를 잘 못했기 때문에 내가 실력이 모자란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탑10 밖으로 밀려나도 좋으니 공격적으로 치고 싶었다. 선두로 나선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1등 못하면 어쩌지라는 조바심이 났다. 왠지 모르게 이번엔 재미있었다. 캐디 역할도 컸다. 캐디 오빠가 자꾸 하늘을 보라고 하더라. 15번 홀에서 하늘을 보라고 해서 예쁘다고 얘기했다. 그 다음 홀에도 하늘을 보라고 해서 예쁘다고 영혼 없이 얘기했는데 버디가 나왔다. 그래서 매홀 하늘을 봤다. 장난으로 긴장을 풀어줬다. 캐디 오빠가 성적에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다연은 이날 7타를 줄였다. 기세가 오르던 14번 홀에서 1m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장하나는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기록했으나 한 타가 부족했다. 김자영2는 마지막 홀에서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해 연장전에 가지 못했다.

10언더파 공동 8위를 기록한 최혜진은 대상 포인트 23점을 받아 조정민을 제치고 부문 1위를 탈환했다. 또 평균 타수 70.4288타로 조아연(70.5183)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양평=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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