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화이트국 배제, 한국 감당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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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한 것을 두고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지만 예상보다 파장이 크지 않을 수 있어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정부가 이번 사안에 안이하게 대처해선 곤란하지만 과잉 대응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소재 공급 지연 영향은 일시적 #한국 기업 신용도에는 부정적”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번 조치가 한국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이란 점은 분명히 했다. 그러나 수출 절차를 다소 복잡하게 한 조치가 ‘수출금지’로 격화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경우 감당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디스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이 핵심 소재를 적시에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소재 공급을 늦추는 데 그친다면 한국 기업들의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고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또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을 아예 불허할 경우에는 ‘중대한 수준’의 차질을 빚겠지만 이 역시도 현실성이 낮다고 봤다. 무디스는 “장기적으로는 일본산 소재 조달에 제약이 지속하면 한국 업체들이 해당 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한국에는 다소 낙관적 관측도 내놓았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이유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거해도 일본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수출은 크게 줄어들 것 같지 않다”며 “다만 불확실성이 우리 기업들의 모멘텀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도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 내 기업으로부터 받던 소재·부품 공급망이 일거에 수도꼭지 잠기듯 중단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로부터 자율준수프로그램(ICP) 인증을 받은 일본 내 거래 기업은 백색국가에 속하지 않은 국가의 기업과도 백색국가 기업과 비슷한 조건에서 교역할 수 있는 ‘특별일반 포괄허가’를 적용받고 있다. 후지필름·스미토모화학 등이 이런 인증을 받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I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을 1300여 곳으로 추정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전자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중국·대만·싱가포르 등은 백색국가에 해당하지 않지만 어떤 국가도 일본 제품 수입이 어려워 생산 차질을 겪었다는 소식이 나온 적은 없다”며 “그 이유는 일본 내 ICP 인증 기업은 특별일반 포괄허가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수는 일본이 오는 7일 발표하는 개정고시에서 특별일반 포괄허가 대상 품목까지 바꿀지다. 한국 등 백색국가에서 배제된 나라에 적용하는 포괄허가 불허 품목을 어느 정도로 정하느냐에 따라 한국 기업의 피해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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