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재난관리] 美 '토네이도' 쫓는 민간 연구팀 600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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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1990년대 초반 미국 보스턴시는 천연가스 버스의 도입을 앞두고 '만약의 사태'를 염두에 뒀다. 보스턴의 관문인 로건 국제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하저터널에서 버스 폭발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피해 정도가 불투명한 가운데 섣불리 천연가스 버스의 도입을 서두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보스턴시는 우선적으로 우편배달 차량을 천연가스 엔진으로 개조한 뒤 가스 센서 수십개가 부착된 하저터널을 수개월간 통과시키며 데이터를 쌓았다. 폭발사고 발생시의 대피 요령이나 차량 통제 방식이 결정된 다음에야 운행을 허가했다.

'만약의 사태'는 항상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고 안전관리 체계를 확립한다는 것이 재난관리 선진국의 기본 자세다.

미국은 지난달 허리케인 '이사벨'이 동부를 강태했을 때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시민들을 구속했다. 워싱턴DC의 지하철과 버스 운행은 일찌감치 정지됐고 대부분의 학교는 이틀간 쉬었다. 이동 중에 전선이 끊기거나 가로수가 넘어져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결국 천재만 있었지 인재는 없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허리케인과 같은 대재앙의 근원을 파헤치려는 노력이 민간차원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영화 '트위스터'의 한 장면처럼 토네이도를 쫓는 민간 연구팀이 미국 중남부에 6백여개에 달할 정도다.

두번의 실수를 막기 위한 과학적 분석 또한 열정적이다.2000년 오스트리아의 스키휴양지 키츠슈타인호른에서 산악열차 화재사고가 발생, 1백5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노르웨이 남서부의 루네하마르 터널에서 실제 화재상황을 만들어 갖가지 연구활동을 벌였다. 터널사고 재발을 막기위한 대비책은 오는 11월 스웨덴에서 열릴 터널안전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자연재해가 상존하는 일본의 강점은 완벽한 통신망에 기초한 연락체계다. 95년 고베 대지진을 계기로 유.무선에 위성통신까지 갖춰 통신두절 상황을 완벽에 가깝게 막아보기 위함이다. 총상관저 지하를 종합상황실로 활용, 전국으로 핫라인이 뻗어나간다. 이와 함께 피해상황을 빠르게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연동, 피해 규모와 지역을 자동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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