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 연장 시술 공직자 더는 없다", 대전시 수사결과 발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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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급 여직원이 근무시간에 시 청사 안에서 불법 미용시술을 한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시가 '시술을 받은 공직자는 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적발된 6급 직원의 추가 시술 사실도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수사를 다각도로 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려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시청 한 직원이 시청 1층 수유실에서 근무시간에 눈썹 연장 시술을 받고 있다. [사진 대전시]

대전시청 한 직원이 시청 1층 수유실에서 근무시간에 눈썹 연장 시술을 받고 있다. [사진 대전시]

대전시는 18일 “민생사법경찰과(민사경) 조사결과 처음 적발된 직원 이외에 추가 시술 공무원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 방위로 수사했지만, 이를 확인할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게 대전시의 설명이다.
대전시 민사경은 청사 수유실 인근 폐쇄회로(CCTV)TV의 한 달 분량 녹화 내용을 들여다봤다. 또 시술자와 피시술자(공무원) 등에게 각각 계좌와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받아 수사했지만, 눈에 띌 만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고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다소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건이어서 철저히 조사했다"며 "피의자(시술자)도 '추가 시술이 없었다'는 처음 진술을 그대로 유지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대전시, 18일 "시술자 등 조사했으나 다른 직원 없어" #시술 전문가, "보통 3~4명 대상자 있어야 출장간다" #대전시, 시술받은 6급 직원 산하기관 발령, 문책키로 #

이를 놓고 시청 안팎에서는 '셀프 수사'의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술자 등에게 임의 제출받은 휴대전화만 제한적으로 수사했기 때문이다. 추가 시술자를 찾기 위한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영장 청구 등의 조치는 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검찰에 영장 청구를 요청했더니 ‘증거가 불충분하고 사안이 중대하지 않아 영장청구는 곤란하다’고 해서 제한적으로 수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전시청 1층 수유실에서 불법미용시술에 사용된 도구들. [사진 대전시청]

대전시청 1층 수유실에서 불법미용시술에 사용된 도구들. [사진 대전시청]

업계에서도 단 한명을 위해 시술자가 출장을 가지는 않았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눈썹 연장 시술 전문가는 “눈썹 연장 시술 장비가 많은 데다 이동 시간 등도 고려해야 하므로 보통 적어도 서너명 정도 시술 희망자가 있어야 출장을 간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시술자는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한 사람이어서 여러 명을 한꺼번에 시술할 형편이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이 전문가는 “한번 시술을 해도 3〜4주 뒤에는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며 “시술을 한 번 받으면 계속할 수밖에 없어 한 장소에서 출장 시술이 여러 차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눈썹 연장 시술은 보통 1시간 정도 걸리며, 비용은 재료에 따라 한 번에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까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전시청 소속 6급 직원 김모씨는 지난 6월 18일 근무시간(오후 3~4시)에 시청사 1층 수유실에서 속눈썹 연장 시술을 받다 적발됐다. 불법 시술 사실은 시민의 제보로 드러났다.
시는 시술자를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시술을 받은 직원은 복무규정과 품위유지 위반 등으로 경징계(견책·감봉 등)하기로 하고, 우선 시 산하 기관으로 문책성 발령했다.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르면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 눈썹 문신 등 반영구 화장 등 시술을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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