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면 성적에 반영’ 본인 책 강매한 교수…法 “해임 정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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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서적 중고장터에 나온 서적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전공서적 중고장터에 나온 서적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학생들에게 자신이 집필한 책을 강매한 대학교수에 대한 해임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장낙원)는 울산에 있는 A 대학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교수 해임 취소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A 대학은 임용교수 B씨가 지난 2017년 학생들에게 자신이 집필한 책을 강매하고 구입 여부를 성적에 반영한다고 말한 점을 들어 해임 징계처분을 내렸다. 또 B 교수가 학과장으로 재임할 때 비정상적으로 교수를 배정한 데다 기본증명서와 같은 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불필요하게 수집했다는 등의 이유도 해임 사유에 포함됐다. 이 밖에도 B 교수가 강의시간에 잦은 지각을 하며 불성실한 태도로 수업에 임한 점, 상담을 통해 알게 된 학생의 개인사를 수업시간에 공개한 점 등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그러나 B 교수는 해임 처분에 불복해 “해임처분을 취소하라”며 이의를 제기했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책 강매 등 일부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B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교원소청위는 책 강매와 관련한 징계 사유 중 ‘책 구매 여부를 성적에 반영하겠다고 했다’는 부분이 포함됐는데, 실제 성적과 연관시키진 않았으니 징계 사유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소청위 결정에 불복한 A 대학은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법원은 성적 반영 여부와는 상관없이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책을 사게 한 것만으로도 징계 사유가 된다고 해임처분 징계가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B 교수가 ‘책 구입 여부를 수업 성적에 반영하겠다’고 했고 학생들 대부분이 책을 구매했지만 전혀 수업에 활용하지 않았다. 애초 해당 교재를 수업에 활용할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교수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살 필요가 없는 책을 사게 한 것이어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가 책 구입 여부를 실제로 성적에 반영했는지는 징계 사유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해임 처분을 취소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은 위법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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