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공개한 조인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 트럭 분이나 되던 자료들이 6·25때 거의 없어지고 지금 남은 건 라면 상자 두 개 밖에 안됩니다. 문건으로 약 9백점을 헤아리는데 그중 2백∼3백점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유일본들로 사료적 가치가 엄청나게 크다고 들었습니다.』
11일 선친인 소앙 조용은 선생이 남긴 임정 관련 문서 등 자료 일체를 공개한 조인제씨(73)는 그동안 사상·정치적 입장 때문에 당국의 기피를 받아오던 선친에게 물려받은 마음의 빚과 한을 모두 풀게 됐다며 크게 감격스러워했다.
광복군 중령으로 귀국할 때 아버지의 명을 받아 배편으로 자료들을 수습해왔다고 밝힌 조 씨는 이를 고스란히 지켜내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했으나 6·25때 인민군의 수색으로 대부분을 빼앗기고 몇년 전 선친의 문집 발간 때도 여러 사람의 손끝을 타는 과정에서 또 많은 문건이 없어져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번에 공개한 자료들도 독립기념관·정신 문화 연구원 같은 유관 기관에서 여러 차례 기증 요청을 해왔으나 『선친의 명예가 회복되지 않고 진정한 역사적 평가로 유보돼 있는 상태에서는 곤란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해 왔다고 말했다.
『저는 63년 광복군 활동을 인정받아 국민장을 받았습니다. 선친께서는 금년 3·1절 때는 국가 최고 훈장인 대한민국장을 추서 받았습니다. 아버님은 복권도 되지 않은 채 망각의 어둠에 묻혀 있는데 제가 먼저 훈장을 탔을 때의 심정은 정말 아프고 괴로웠어요.』
조 씨는 그러나 『선친도 금년 3월 들어 복권이 됐고 그분의 생애나 사상에 대한 역사적 조명 작업의 지평도 활짝 열리게 된 것은 뒤늦은 감은 있으나 너무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 씨는 광복회 이사로 활동하며 노원구 신창동에서 부인과 함께 조용한 노후 생활을 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